보행교에 300억원, 소위 '보행환경' 조성에 40억원 쓴다는 안 발표..."지역 재생 견인" 운운
보행교, 노량진~노들섬 연결하는 500m짜리...뉴욕 따라한다며 1층 차도·2층 보행로로 운영할 듯
朴, 2012년 1선 때는 "아무 것도 안 한 시장 되고 싶다"...성과 없다는 비난 나오자 토건사업량↑
보행교에 "보기만 흉할 뿐 아무 쓸모 없다" 비판 이어져

보행교에 300억원, 소위 '보행환경' 조성에 40억원의 혈세를 쓰겠다는 서울시의 계획. (사진 = 서울시 제공)
보행교에 300억원, 소위 '보행환경' 조성에 40억원의 혈세를 쓰겠다는 서울시의 계획. (사진 =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2021년까지 혈세 300억원을 들여 노들섬에서 노량진을 연결하는 보행교를 짓겠다고 나섰다. 박 시장은 2012년 4월 26일 서울시장 취임 6개월을 맞으면서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최근 토건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2017년에는 ‘서울로 7017’을 계획해 열었고, 지난해에는 “여의도·용산을 통째로 개발하겠다”했다가 집값이 폭등해 번복한 일이 있다.

서울시는 20일 ‘한강대교 보행교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박 시장은 “보행교 설치는 100여 년 전 한강 인도교의 보행 기능을 복원하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걷는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노량진 일대의 지역 재생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시는 2021년을 보행교 완공 예정연도로 잡고, 인도교를 복원한다면서 가칭 ‘백년다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보행교는 노량진~노들섬을 연결한다고 한다. 오는 5월 중 국제설계 공모를 추진하고, 올해 안에 설계를 마무리해 착공은 내년부터 들어갈 예정이다. 길이는 500m에 폭 10.5m인데, 뉴욕 브루클린브리지처럼 1층은 차도·2층은 보행로로 운영한다고 한다. 시가 시민에 개방이 가능할 것이라 밝힌 시점은 2021년 6월이다. 시는 보행교 설치로 문화공간을 활성화하고 관광 수익도 늘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같은 소위 ‘보행환경’ 조성에도 40억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같은 공사 추진은 박 시장의 과거 발언과 배치되는 행동이다. 그는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시장들이 (대통령 선거 같은) 시장 다음 단계에 욕심을 갖고 전시행정과 성과주의에 매몰됐다”며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이 되겠다고 한 바 있다. 앞선 시장들의 사업들을 폄하하면서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졸속으로 일을 벌이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17년 서울시 시무식 당시의 박원순 시장. (사진 = 연합뉴스)
2017년 서울시 시무식 당시의 박원순 시장. (사진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서울시장 중 해냈다고 내세우는 업적이 대부분 포퓰리즘에 기반한 것이었거나 시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었다고 비판한다. 최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카드 수수료 때문’이라며 시행한 제로페이는 20일 현재까지 10만명도 사용하고 있지 않고, 지난해 여름에는 ‘옥탑방 살이’를 했지만 ‘쇼’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장이 된 이후 별다른 업적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자신이 비판해오던 토건 사업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원순 서울시는 2017년 597억원의 예산을 들여 ‘서울로 7017’을 만들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개방된 이후 다리 곳곳에서 균열이 확인되고, 소위 ‘예술 작품’이라며 헌 신발 3만 켤레로 만들어 전시한 슈즈 트리는 ‘쓰레기 더미’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도 서울역 고가 공원화, 풍납토성 복원, 여의도 및 용산 통개발 번복 등 논란성 토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중 몇몇 사업들은 반발이 커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또 지난 16일에는 복지에 쓸 돈이 부족하다며 “밤마다 돈을 찍어내는 서울시립 조폐제조창을 만들고 싶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일 연합뉴스 "한강대교 위에 보행교 놓는다…'한강인도교' 104년만 부활" 포털 뉴스 댓글.
20일 연합뉴스 "한강대교 위에 보행교 놓는다…'한강인도교' 104년만 부활" 포털 뉴스 댓글(공감순).

몇몇 시민들도 이같은 내용을 잊지 않고 지적하고 있다. ‘백년다리’를 짓겠다는 내용의 한 포털 뉴스 댓글에는 “전에는 서울시장 되면 토목공사 안 하고 서울시민 복지에 쓴다더니” “노량진과 노들섬 사이 걸어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한강 다리에 뚜껑을 씌워. 보기만 흉할 뿐 아무 쓸모가 없다“ “오세훈이 토목공사하면서 서울빚 늘린다고 욕하던 인간이 박원순이었던 거 같은데” “한강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며 다리관광이 무슨 관광이 되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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