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오토 웜비어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해명을 있는 그대로 전한 것과 관련해 미국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미 의회는 “미국인을 고문하고 살해할 수 있는 자유를 줬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을 비롯한 국제 인권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말은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이날 베트남 하노이 JW 메리엇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며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들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보니 일일이 알 수 없었다”고 김정은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를 믿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미국 정치권은 분노로 들끓었다. 여아 가릴 것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용인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과 같은 ‘폭력배들(thugs)’을 믿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며 비판했다.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도 “김정은은 물론 알고 있었다”며 “이 뻔한 거짓말을 믿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혐오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나는 김정은이 어떤 지도자인지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수전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이 (웜비어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그 발언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았는지 알 수 없다”며 “김정은의 발언은 극히 믿기 어렵다”고 했다.

웜비어의 송환 협상을 직접 맡았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김정은의 말은 믿을 수 없다”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미국인들은 북한정권이 오토 웜비어에게 행한 잔혹성을 알고 있다”고 했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인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권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벤코스메 국제엠네스티 아시아태평양 담당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말을 의심하거나 미국 정보당국과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인권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북한처럼 모든 것이 감시대상인 국가에서 미국인 인질과 같이 고도로 민감한 사안을 김정은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니나 쉬어 허드슨연구소 종교자유센터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을 용서한다는 측면에서 수위가 너무 높았다”며 “북한관료들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김정은이 웜비어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일 년전 “그 어떤 정권도 잔인한 북한 독재자만큼 시민들을 완전히 그리고 잔인하게 억압하지 않는다”며 김정은을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웜비어의 부모를 국정연설에 초청해 북한정권을 ‘도덕적으로 타락한 정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웜비어 부모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5억 113만 달러(약 5609억원)의 보상 판결을 받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