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저작물-성인사이트만 차단? 그 사이트만 차단한다고 말할 수 있나"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이라고 지정한 사이트 895군데를 보안 접속(https) 자체를 차단시키기 시작하자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된 지 닷새째인 15일 찬성자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의 청원글이 '게재 한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을 경우 직접 답변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20만명이 넘게 동의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는 지난 12일부터 해외 불법사이트 895곳에 접속하면 화면을 암전(블랙아웃)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기술조치를 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는 국민청원이 100건 단위로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오는 등 반대청원이 쇄도했다. 관련 글 중 찬성자 최다수를 기록한 해당 청원은 ▲https 차단이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으며 ▲차단 정책에 대한 우회 방법 또한 계속 생겨나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청원자는 "https가 생긴 이유는 아시다시피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비판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하지만 https를 차단하기 시작할 경우에 지도자나 정부에 따라서 자기의 입맞에 맞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하거나 감청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금은 단순히 불법 저작물 업로드 사이트, 성인 사이트 등만을 차단한다고 하지만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볼 때 단순히 그 사이트만 차단한다고 말씀하실 수 있느냐"며 "그리고 위의 목적을 해결하는 방법이 https 차단이 최선일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하듯이 불법 사이트가 아님에도 정부의 주관적인 판단하에 불법 사이트로 지정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둘째로 "인터넷 검열을 피하기위한 우회 방법은 계속 생겨나갈 것이다. 현재 https 차단도 VPN프로그램이나 ESNI를 활성하는 방법을 통해서 우회가 가능하다"며 "세금낭비 하고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중국의 인터넷 검열의 과정을 똑같이 밟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책은 주위의 여론에 휩쓸려서 만든 임시 미봉책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을 것이며, 문제점은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중국은 1990년대 신(新)경제체제 도입 이래 '인터넷 자유화' 상태에서 유해 정보 차단 등을 명분으로 일부 사이트 차단을 시작했고, 현재는 미국 IT기업이 운영하는 구글·유튜브·페이스북 접속을 막는 지경으로까지 통제 강도를 높인 상황이다.

이번 사이트 차단 정책은 단순히 불법음란물·성인사이트 대거 차단 논란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의 우회접속 방식을 쓸 수 없도록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공조 하에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기술로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SNI 기술은 https 이용자들이 암호화되지 않은 영역인 'SNI 필드'에서 주고 받는 패킷(데이터 전송 단위)을 확인한 뒤 차단하는 방식이다. SNI 필드의 패킷은 암호화되지 않는다는 '보안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에 정부가 암호화되지 않은 패킷으로 이용자가 접속하는 사이트는 물론 주고받은 내용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 감청'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방통위는 암호화가 되지 않은 패킷의 일부를 활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유해사이트 리스트와 일치 여부만 확인할 뿐이라며 "인터넷 검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나, 이미 각 인터넷 사용자가 어떤 사이트에 도달하는지 들여다 보는 단계임을 시인한 격이다. 

기술적으로 '데이터 감청'이 얼마든지 자행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도 증명되지 않은 선의(善意)만을 내세우는 현 정권의 태도에,  '문재인 빅브라더' 논란이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을 막론하고 확산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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