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VSA 자산 동결, 미국인과 거래 금지 등 사회주의·반미 마두로 정권 상대로 압박
'임시 대통령' 선언한 과이도 국회의장, 국가 주요 자산 장악에 나서
미주 14개국으로 구성된 '리마그룹', "마두로 정권에는 어떤 합법성도 남아 있지 않다"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미국이 반미(反美) 구호를 앞세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베네수엘라의 '돈줄'인 국영 석유기업을 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마두로 정권 퇴진 압박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미국의 제재에 발맞춰 국가 주요 자산의 장악에 나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A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제재에 따라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PDVSA가 가진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Citgo)가 기업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수익을 마두로 정권에 송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회사 수익금은 접근이 차단된 미 계좌에 보관된다.

백악관 측은 PDVSA가 마두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쿠바, 러시아 등에 빚을 대신 갚는 데 원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선적분이 실질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자금원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마두로는 그동안 PDVSA를 이끌어온 기술자 출신의 경영자들을 지난해 모두 물러나게 하고 그 자리에 군부 출신을 앉혔다. PDVSA는 국가방위군 수장 출신인 마누엘 케베도 석유에너지부 장관이 사장을 맡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마두로 정권을 상대로 모든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마두로 정권이 과이도 임시 대통령이나 민주적으로 선출될 정부에 신속히 통제권을 넘기는 것이 제재를 완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지원 아래 과이도 의장도 과도정부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낸 성명에서 국회에 국영 석유기업 PDVSA와 시트고의 새로운 이사회 인선 작업에 착수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점진적이며 질서정연하게 우리 공화국의 해외 자산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권력 강탈자(마두로 대통령)와 그의 일당이 정권서 물러나는 과정에 국가 재정을 고갈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과이도 측은 시트고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지분 절반이 해외 채권자들 손에 넘어가기 전에 통제권을 확보하려고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23일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뒤 미국 등 우파 국제사회의 지지 아래 정권 퇴진과 과도정부 수립·재선거 관철을 이끌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다루기 위해 2017년 미주 14개국으로 구성된 일명 '리마그룹'은 다음 달 4일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책을 논의한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과이도 의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것"이라며 "마두로 정권에는 어떤 합법성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일한 권력은 국회"라고 강조했다.

리마그룹 중 멕시코를 제외한 캐나다,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대다수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임한 과이도 국회의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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