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칼럼] 대통령 신년사는 올해 국가 재앙의 로드맵
[남정욱 칼럼] 대통령 신년사는 올해 국가 재앙의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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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정치는 싫은 사람과 밥 먹고 지지자들과 싸우는 일이라고 했다. 이 정권은 반대로 하고 있다. 싫은 사람에게 ‘콩밥’을 먹이고 지지자들에게는 발목을 잡혀 질질 끌려가는 중이다. 2016년 병신반정(丙申反正)의 주력부대인 민노총은 촛불의 기억을 강제하며 지지자이자 채권자로서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아주 급해졌다. 자기들도 알고 있다. 이 정권이 얼마 안 가 힘이 빠질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늦기 전 ‘지분 초과 달성’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기관을 점거하고 국회와 검찰에까지 난입하여 생떼를 쓴다. 작년 12월, 민노총의 물리력이 정부와 공공기관을 굴복시킨 잡월드 사태는 그 대표적인 예다. 과도한 지분 요구에 정권도 짜증을 내기는 한다. 그러나 이 짜증을 물리적인 힘으로 변환할 용기와 기상이 이 정권에는 없다. 그래서 끌려간다. 이 정권의 용기와 기상은 다른 데서 발휘된다. 경제다. 이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못해 참혹하다. 부문 별로 일일이 숫치를 제시해 봐야 지면만 아깝다. 그냥 늘어야 할 것은 다 줄고 줄어야 할 것은 다 늘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그런데도 나의 길을 가련다며 꿋꿋하게 달리고 있다.

규제가 도둑을 만든다

올해 최저 임금은 시간 당 8,350원이다. 작년보다 10.9% 올랐다. 보이는 8,350원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다른 분들이 충분히 설명해주셨으니까 생략한다. 며칠 전 KBS 뉴스는 최저 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에 대해 심층보도를 했다. 무려 2분 16초(!)에 걸친 심층보도에서 KBS는 상황을 심플하게 요약했다. 1인당 늘어나는 임금은 17만 원 그러나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 안정 자금이 5인 미만 사업장은 최대 15만원, 5인 이상 사업장은 최대 13만원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실제로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각각 2만원과 4만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정말 그럴까.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혹시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자리 안정 자금 받는 법을 검색해 보시라. 한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머리에 쥐가 난다. 지급조건이 까다로워 수십 만 명이 심사에서 탈락했고 그런가 하면 부정 수급은 판을 친다. 지난 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5, 6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장 265곳을 대상으로 점검을 벌인 결과 절반이 넘는 155개 사업장에서 부정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155명의 사업주가 범죄자가 되었다. 노자 도덕경에도 나온다. 규제가 많으면 백성이 더욱 가난해지고 법령이 까다로워지면 도적이 많이 나오는 법이다. 행정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올해 일자리 안정 자금은 2조 8천 여 억 원이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우리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세금 주도 임금 상승을 임금 주도 성장이라는 말로 바꿔치기 하고 있는 것이다(실은 성장도 아니지만). 그래서 현상 유지라도 하고 있는가. 아니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봐야 한다. 정부가 시장 노릇을 하겠다고 나선 결과는 폐업으로 이어진다.

흑자 폐업이라는 보이지 않는 칼날

2018년 폐업 신고는 100만 건이다. 줄이고(알바) 자르고(직원) 올리고(가격) 별별 난리를 다 치다가 결국 사업을 접은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다. 가게가 망하면 신나는 업종이 있다. 중고품 거래 업체다. 작년 10월 MBC 뉴스는 황학동 중고 주방 거리에 중고 그릇ㆍ수저가 넘쳐가 넘쳐난다는 보도를 했다. 중고 거래 업체에서는 ‘미안한 호황’인 셈이다. 그런데 실상을 알고 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 싼 값에 중고 주방 가구를 매입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이게 안 나간다는 것이다. 창업이 폐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건의 중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창고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한다. 폐업 업체에서 중고를 매입하던 업체가 폐업을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창업을 결심할 좋은 소식은 없고 악재는 넘쳐난다. 최저 임금 만큼 장사하는 사람들의 피를 말리는 게 주 52시간 근로제다. 저녁 장사가 안 되는 요식업이 1년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폐업은 대부분 눈물을 동반하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이른바 흑자 폐업이다. 현재 장사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장기적으로 볼 때 안 될 것 같아 미리 사업을 접는 것이다. 여기에는 권리금의 문제도 있다. 지금 털고 나가면 거의 다 건진다. 그러나 시기를 놓치면 권리금은 산술급수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하고 무서운 속도로 0원에 도달한다. MBC 뉴스의 같은 보도에는 폐업 컨설팅 업체 대표의 인터뷰가 나온다. 억대 이상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는 핵심 상권들의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고 한다. 주변 상권, 변두리 상권은 볼 것도 없다는 얘기다. 경제는 심리다. 좋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 합리적인 선택은 당연히 폐업이다. 차라리 폐업하고 다른 데 취업하는 게 낫다는 이들이 늘어나면 취업 시장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장사가 뭔지를 아는 사람과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던 사람 사이의 경쟁은 뻔하다. 별 다른 기술이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에 내 몰리게 되는 것이다. 장사를 접은 사람들이 들어 온 시장은 멀쩡할까. 이곳의 지형도 숨 가쁘게 나빠진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따라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를 완벽하게 무시한 발상이다. 미래가 불투명할 때 사람은 당연히 소비를 줄인다. 불황의 일상화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 정권은 지금 이걸 계속 하겠다는 의지다. 끝까지 한 번 가보겠다는 정권의 의지에 결국 골로 가는 건 서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2019년 신년사는 무섭고 끔찍하고 공포 그 자체다. 길게 인용하면 고통스러우실 테니까 딱 두 문단만 보자.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할 것입니다, 라는 무서운 의지

“선진국을 따라가는 경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우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경제라야 발전도 지속가능하고, 오늘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입니다.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왜 또 내일을 기다려야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립니다.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그러나, 반드시 가야하는 길입니다.”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할 것입니다. 더디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고 끝까지 지킬 것입니다.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설명 드리고 이해당사자들에게 양보와 타협을 구할 것입니다.”

대체 왜 선진국을 따라가야 말아야 한다는 얘기일까. 쉬운 길, 검증된 길을 놓고 왜 굳이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한다는 것일까. 뼈아픈 목소리가 들리는 데도 반드시 가겠다는 길은 대체 어떤 길일까. 그리고 왜 반드시 가야 한다는 말일까. 듣는 내내 불안하기만 하다.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할 것이라는 말은 화룡정점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죽어 자빠질 때까지 참고 버티겠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 그럼에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밖에 안 보인다. 어려움을 국민에게 설명 드리고? 나 참. 국민이 토로하는 어려움을 들어야 할 판에 그 국민을 어렵게 한 정책 시행의 어려움을 도리어 국민에게 설명하겠다는 얘기다. 순서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 있다. 반면 콘텐츠는 하나도 없는 게 이 신년사의 특징이다. 밑도 끝도 없는 그저 ‘혁신’ 하겠다는 이야기뿐이다. ‘소통’하고 ‘공감’하겠다는, 이 정부가 하는 일과 정반대인 공허한 말장난뿐이다. 신년사를 요약하라면 ‘보이는 의지와 보이지 않는 전망’이 되겠다. 이 칼럼의 제목을 ‘대통령 신년사는 올해 국가 재앙의 로드맵’이라고 뽑은 이유다.

신년사를 읽는 대통령의 표정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더 무섭다. 무지와 몽매로 똘똘 뭉친 확신보다 무서운 건 세상에 없다. 성탄절 메시지에서도 대통령은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다. 각 개인의 행복이 공동체의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는 거. 그런데 자꾸만 “나(문재인)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 로 들린다. 왜?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자신의 판단을 확신하고 그 결과 모두가 행복해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고 있으니까. 신년사의 말미는 이렇다.

“국가는 평범한 국민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하하,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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