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신병자, 흉기로 의사 살해' 입장문 발표...정부-정치권 대책 마련 촉구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던 30대 남성이 의사를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은 수시로 이루어져 왔으며 살인사건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의료계는 그 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 왔지만 번번히 좌절돼 왔다"고 전했다.

이어 "진료현장에서 폭행 의도를 가진 사람의 접근에 대해서 의료진은 무방비 상태이고,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의료기관 내 어디에서든 의료진을 향한 강력범죄가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처가 여전히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인에 대한 폭력사건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인식의 재고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던 정신병 환자 박모씨(30)가 저질렀다. 이 남성은 피해자에게 진료 상담을 받던 중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가 도망치자 박씨는 그를 뒤쫓아가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사실은 시인했지만,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피의자 소지품과 폐쇄회로(CC)TV 등 객관적 자료를 분석하고, 박씨 주변 조사 등으로 정확한 범행동기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도 진행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의료진에 대한 폭력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공감을 받고 있다.

청원자는 '강북 삼성병원 의료진 사망사건에 관련한 의료 안정성을 위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병원에 종사하는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의업 종사자 및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병원에서의 폭력 행위, 범죄 행위에 대해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의사를 폭행·위협·살인하는 것은 한 의사의 목숨을 빼앗는 것뿐 아니라 다른 치료를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의료진과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를 구비해 달라"고 덧붙였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