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추모 그림 만들어져 확산하기도...2일 부검 들어갈 듯

SNS에서 퍼지고 있는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사진 = 문준 늘봄재활병원 원장 SNS 캡처)
SNS에서 퍼지고 있는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사진 = 문준 늘봄재활병원 원장 SNS 캡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상담 중이던 정신과 의사가 조울증을 앓던 환자에게 살해당한 일이 벌어진 가운데, 이 의사가 사망 직전 주변에 있던 간호사에게 “피하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일 의료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5시 44분경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 임세원 교수(47)는 조울증을 앓던 박모 씨(30)에게 살해당했다. 

박 씨는 평소 임 교수에게 진료를 받아왔으며, 이날 임 교수의 마지막 환자였다고 한다. 그는 수개월 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가, 지난해 31일 예약 없이 갑작스레 진료를 받으러 왔다. 임 교수는 박 씨가 갑자기 흉기로 위협하자 진료실 밖으로 도망쳐 비상시 들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대피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간호사 등 밖에 있는 이들을 걱정하며 대피 공간을 나와 “빨리 피하라” 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박 씨는 이런 임 교수를 쫓아와 흉기로 찔렀고, 결국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채로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시간 만에 끝내 사망했다. 박 씨는 간호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 체포됐다. 경찰은 박 씨에 대해 밤 사이 조사를 마쳤고,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교차검증이 필요하다며 구속영장 신청도 마친 상태다.

임 교수는 우울증, 불안장애 전문가로 평소 자살 예방에 힘써왔다는 평을 받는다. ‘표준 자살 예방 교육’으로 알려진 ‘보고·듣고·말하기’를 고안하기도 했다. 동료 의사들은 임 교수의 사고 소식에 모두 말을 잇지 못하며 슬퍼했다. SNS 등 인터넷 상에는 임 교수에 대한 추모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의료계는 당혹하면서도, 이런 폭행·상해 행위가 드문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지난해만 해도 의료인 폭행·협박으로 신고된 행위는 893건에 달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새해 전날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 황망하고 안타깝다”며 “응급실뿐 아니라 진료실 등 병원 전반에서 의료인이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있다. 병원 내 폭력 근절은 의사 안전만이 아니라 환자 치료환경을 위한 것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미 관련 법 제정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2일 "위급상황 시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대피할 수 있는 뒷문을 만드는 등의 안전장치를 두는 것 등을 법 제정 때 고려하겠다"며 "이미 몇몇 국회의원과 법 제정 취지에 공감한 만큼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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