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고용보험 의무화로 약 10만명 해촉될수도
카드업계도 정부의 수수료 인하 부작용으로 1만여명 감원 예고
제조업계서도 내년 불황 대비해 임원 수 대폭 줄이고 생산직도 줄여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계의 고용난에 이어 금융업계에서도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고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향후 경기 전망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전반적인 금융업계의 내년 과제는 '인력 감축'으로 희망퇴직을 적극 시행할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지난달 지난달 발표한 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으로 연간 7000억원에서 이상의 수익이 감소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현대카드는 400명 가량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카드사들도 줄어드는 수익에 따른 대규모 인력 감축을 검토 중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8개 카드사 직원 수는 계약직까지 합쳐 1만2639명이다. 업계에선 이 중 1000명 이상은 감축될 것이란 말이 흘러 나온다. 여기에 카드 모집인과 밴(VAN·결제대행)사, 밴대리점 종사자까지 합하면 약 1만여 명이 줄 것이란 관측이다.

보험사들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로 인해 2084억원에 달하는 고용보험료를 새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적이 저조한 설계사들이 대규모로 해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40만명에 달하는 설계사들이 모두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된다면 회사의 재정적 부담으로 약 10만명에 가까운 설계사들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보험부채)을 계산할 때 계약 당시 금리(원가) 대신 결산 시의 시장금리(시가)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성 보험 상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들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조원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업계에선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감원에 힘쓰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2~26일 하반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14일 597명의 희망퇴직자를 선정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준정년 특별퇴직’ 단행으로 274명이 짐을 쌌다. 이외에도 신한·국민·SC제일은행 등도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도 상황이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10% 가량 줄였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내년에 닥쳐올 불황을 대비한 결정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이번주로 예정된 인사 개편을 통해 임원 수를 대폭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생산직들의 인력 감축도 이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0월 5년차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삼성중공업도 최근 근속 7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 받았다. 한국GM은 올해 직원의 20%에 달하는 3000명을 내보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와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업계에서도 인력 감축에 한창이다.

이처럼 금융업과 제조업계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는 의지를 연일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내보내는 강수를 꺼내들었지만, 결국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1월부터는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다. 업계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어두워지고 있는 경제 전망에 대대적인 인력 감축 바람은 피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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