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잔재 해체"한다며…전쟁·도발 가해자 '북한' 언급 없는 인권의날 기념사
"평화정착 안돼서 인권 갈길 멀다" "전쟁위협 남은 한 인권·자유 못지킨다" 언급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 잣대는 이른바 '군사정권 독재'에만, 北 정치범수용소는?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다수 역차별 거짓 인권정책" "北주민 인권 외면" 규탄집회

세계인권선언 70주년 '인권의 날' 계기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는 '북한인권'이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정권 차원의 친북(親北)·무장해제 기조를 정당화하려는 듯한 언급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인권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인권수준이 나날이 향상되고 인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면서도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 한반도의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인권선언의 초안을 작성한 존 험프리의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없다'는 말을 차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일인 12월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열린 2018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서는 인권 강조 차원에서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 "노동자는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를 거론했다.

또한 "한국 전쟁 당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사제들과 수녀들의 순교", "(성공회 대성당은)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에 항거했던 민주항쟁의 진원지" 등을 언급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을 빌려 "정신병원 환자에 대한 사물함 검사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처럼 "한국 전쟁"과 "전쟁 위협"을 함께 입에 올리면서도 6.25 전쟁과 이후 민·군 희생자를 낸 군사도발의 가해 주체인 '북한'은 거론하지 않았다.

"불법적인 구금과 고문"은 적어도 수십만명의 주민을 '정치범'으로 규정하고 잡아 넣은 북한 정권의 '정치범수용소' 등 광범위한 인권침해와 맞닿은 사안이지만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인권'과 '대북·안보'를 연결지어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지 않는 한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킬 수 없다"고 한 것은 남북 타협노선이 2500만 북한주민 인권보다 우선한다는 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북한의 전쟁 발발 등 책임을 묻지 않고 '전쟁 위협 해소'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남북 타협 노선을 관철하고자 북한 대신 국민들을 상대로 '전쟁 위협'을 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인권의 날 기념식에 참석할 동안 성공회 서울대성당 인근에서는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 시민단체가 "다수 국민 역차별, 거짓 인권정책 규탄한다" "북한주민 인권 외면하는 국가인권위 규탄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했다.

이들은 "유엔과 인권위는 특정 소수자만을 보호하고 특혜를 주려는 '다수 역차별 사이비 인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인권위는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인권을 유린당하는 수십만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고 6명의 대한민국 국민을 즉각 송환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외쳤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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