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약속 성실히 이행…韓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있는 대응하길"
日외무상도 "국제사회 韓 주시해…정권 바뀌었더라도 합의 착실히 실시해야"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수훈 주일대사 초치, 日 재단 출연금 용처 협의도 불응할듯
日언론들 "합의 골격 노려 日정부 입장 반하는 무효화 조치…관계악화 불가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재단'을 문재인 정부가 해산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국제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고 경고성 언급을 내놨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설립과 운영이 2015년 12월28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한 축이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가 합의를 유명무실화한 데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 여성가족부의 재단 해산 결정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3년 전(2015년말) 한일 위안부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왔다"며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위안부 합의 타결 당시 일본 측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갹출하고,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각총리대신 명의의 사죄'를 표명했고, 정부예산 10억엔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해 위안부피해자 지원 활동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는 게 일본 측 입장이다.

이날 고노 타로 외무상도 기자들과 만나 재단 해산 결정에 대해 "한일 합의에 비춰도 문제로, 일본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한국 측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위안부 합의를) 책임지고 실시해야 한다"며 "합의의 착실한 실시는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의 대한 책무이기도 하다. 일본은 일한 합의와 함께 약속한 조치를 모두 실시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가 한국을 주시하는 상황"이라며 "국제법을 존중하고 나라와 나라 간의 약속을 지키는 게 국제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기초적인 사안"이라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아키바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과 관련해 항의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전했다.

일본 후지TV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집행을 중단시킨 일본의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잔액 5억8000만엔(약 58억원)의 용처를 '일본 측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일본은 한국 정부에 계속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관련 협의에 불응할 방침이다.

일본 언론계에서도 이날 여가부 발표와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가 잇따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위안부 및 유족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맡고 있는 재단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합의를 이끌어 낸 합의의 핵심"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조치는) 합의의 골격을 노려 일본 정부의 뜻에 반하는 한편, 한일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외교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으면서도 합의를 무력화하는 노력을 서서히 해왔다"고 해설했다.

아사히신문은 "(그동안) 일본 정부는 (재단) 해산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해 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합의 자체는 파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합의 이행은 어려워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NHK방송 역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해결'을 확인한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거듭 촉구해 온 만큼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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