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김의겸, 北 미사일기지 비밀운용 발각 관련 브리핑서 "트럼프" 두차례 지칭
VOA 김영권 특파원, 앞서 靑관계자·기자단에 "김정은-리설주 불필요한 극존칭" 지적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기자단을 상대로 한 정례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공연히 "트럼프"라고 지칭하는 태도를 보였다가, 외신기자로부터 "오해만 커질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 VOA(미국의소리) 방송 소속 한국 특파원인 김영권(William Kim)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의겸 대변인의 당일 북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기지 '비밀 운용' 발각에 관한 브리핑을 계기로 이같이 지적했다. 김 기자는 "제가 말꼬리 잡는 거 참 싫어합니다만"이라고 운을 뗀 뒤 "(북한 국무위원장인) 김정은에게는 늘 '위원장' 호칭을 붙이면서, 동맹 대통령에게는 다르게 말씀하시면 오해만 커지지 않을까요?"라고 공개 반문했다.

김 기자가 인용한 김의겸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비밀 미사일기지 20곳 중 최소 13곳 이상이 운용 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을 대규모의 기만전술(great deception)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날 청와대 기자단에선 '기만이라는 말이 북한의 미사일기지 신고 여부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성과를 가리킨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김 대변인에게 물었다. 

이에 김 대변인은 "그러니까 (어느 쪽이든) 같은 말이죠. 트럼프의 말 자체가 기만이라는 게 아니잖아요. 트럼프가 기만을 당했다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럼 기만의 주체는 북한이 될 텐데 북한이 기만한 적이 없다는 거죠. 북한이 이런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 폐기를 한다든지 미사일 기지를 폐쇄를 한다든지 북한은 그것을 약속한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걸 기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두번에 걸쳐서 핵심 동맹국 대통령을 사실상 반말투로 지칭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VOA 소속인 김 기자에게는 자국 대통령을 동맹국 최고권력기관 대변인이 '낮잡는(사람을 만만히 여기고 함부로 낮추어 대하는)' 태도로 보일 수 있는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기자는 앞서 청와대 기자단 또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김정은 극존칭' 행태가 지나치다고 비판한 바도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북한 지도자 부부(김정은-리설주)에 대한 적지 않은 한국 기자들의 이런 극존칭 표현이나 불필요한 호칭이 낯설다"고 지적했다.

그 전날(28일)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브리핑 중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습니다>에서 발췌한 내용을 토대로 비판한 것이다. 산행 당시 한 기자는 "저는, 리설주 여사(김정은 아내)께서 '얄미우시다'고 할 정도로 체력에 관심을 보이셨는데, 평소에 국정을 돌보시다 보면 바쁘셔서 운동 못하시고 체력 관리에 힘드실 것 같은데, 어떻게 체력 관리를 하고 계시는지 궁금했습니다"라고 문 대통령에게 질의했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또 다른 기자가 "김정은 위원장'님께서' 서울에 오시면 어디를 데리고 가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으신가요"라고 질의한 것으로 돼 있다. 다만 이는 영국 BBC 특파원 로라 비커 기자가 모국어로 질의한 것을 통역을 거쳐 청와대가 최종 정리한 뒤 '김정은 위원장님께서'라는 표현을 담아 공개 배포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기자는 "참고로 '~님께서'는 누구에게든 과도한 극존칭으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국어학자들은 지적한다. 그냥 '~님이' 혹은 '~께서' 하면 된다"며 "게다가 KJU(김정은) 부부는 그런 표현없이 '위원장이', '여사가' 해도 충분히 존칭이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가 히틀러'님', 스탈린'님께서'…라고 말하지는 않잖나?"라고 일침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