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은 4.3% 감소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
中企서비스업 생산도 증가폭 크게 위축...숙박·음식점업 불황이 원인
전문가들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중소기업 줄도산 우려"
11월 중소기업 건강도지수 지난달 보다 3.4포인트 하락

 

한국경제의 허리를 맡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생산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어 줄도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 생산,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 하락

올해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한창이던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지수는 97.0(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13.9% 감소했다.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올해 2월부터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9월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들면서 2009년(-8.8%)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은 주로 자동차부품업, 기타금속가공업, 플라스틱제조업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주력산업으로 꼽혔던 자동차·조선업의 불황이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하청·협력업체로 옮아가면서 그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 제조업 부상, 공장 이전 등으로 봉제·의류업 생산도 최근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상황이 좋지 않기는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올해 1∼9월 중소기업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 증가 폭(2.1%)보다 축소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소 서비스업 생산 둔화는 식당·주점 등 숙박·음식점업 불황이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통계청은 파악하고 있다.

통계청의 제조업 통계상 중소기업은 계열사를 포함해 종사자가 300명 미만인 기업이다. 서비스업 통계상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법에 따라 업종별로 매출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기업을 뜻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주력산업 구조조정이나 건설업 부진 등이 중소기업 생산 위축에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이자 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금리 인상 가능성에 '벌벌'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 중소기업에 또 하나의 큰 부담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최근 생산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오를 경우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한 한계기업이 도산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5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금리가 오르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전문가들은 11월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며 "금리가 인상되면 중소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줄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상 소수의견이 1명에서 2명으로 늘면서 이달 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증가해 자금 여력이 고갈된 한계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을 보면 국내 제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2011년 7.1%에서 2015년 9.3%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한계기업의 '생존' 원인 중 하나로 저금리를 지목했다. 낮은 금리 덕분에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이들의 생산 능력이 유지됐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구조조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줄도산 사태로 번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처럼 중소 제조업 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충격은 더 클 수 있다.

한은과 금융당국도 이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초 시중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열고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봉착하지 않도록 만기 연장 등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 심화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 투자 부진도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11월 업황전망 '중소기업 건강도지수'(SBHI)는 86.1로 지난달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중소 제조업은 생산과 내수, 수출, 영업이익, 자금 사정 등 대다수 전망치가 최근 1년간 평균치를 하회하고 있다.

당장 금리 압박에 대한 부담을 차치하더라도 중소 제조업의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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