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효과 시기 종전 '연말'에서 '내년'으로 늦춰
전문가-野 노선변화 촉구에도 "경제, 시장에 맡기면 모순 더 커져"
"함께 잘사는 새로운 경제구조" 되풀이하면서도 논리적 뒷받침 없이 낙관
"내년 정책성과 국민 체감할 것"이라면서도 "자영업자·서민에 미안하다" 사과
올 8월 고용쇼크 파문 초기 땐 "연말까지는 소득주도 가시적 성과" 발언
김동연과 '경제 투톱 교체 임박' 관련 질문엔 "인사 내가 관여할 사항 아냐"

문재인 정부의이른바 '소득주도성장정책' 사령탑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권의 경제 정책을 거듭 옹호했다. '경제 투톱'인 자신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동시 교체'가 임박했다는 설이 기정사실화하는 와중에서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경제는 오랫동안 누적된 모순이 있다. 국민 생활형편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 나아지지 않는 목적 상실한 성장을 계속할 순 없다"고 규정한 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모순을 바로잡으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으로 경제 제도를 바꾸고 있다"고 강변했다.

정부만능주의, 국가주의를 경계하고 시장자유화를 꾀하라는 야당과 경제전문가들의 고언(苦言)에 대해서도 "한국경제의 누적된 모순은 시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경제를 소위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귀를 막았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함께 잘 사는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잘 사는 새로운 경제 구조'를 만들어 갈 로드맵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없었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출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장 실장은 '경제 위기 우려'에 대해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이 2% 후반에 이르고, (이는)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에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기론은 국민들의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부인했다.

역대 최대규모 확장재정으로 편성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해서는 "정부 지출 증가에 대해 경제의 어려움을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 하면서 국민들께서 내주신 세금을 국민들께 되돌려주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정부가 재정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매우 소극적으로 수행하는 나라다. 경제가 어렵다면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집행하는 건 당연한 정책적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실장은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돼 집행되는 내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흔들림 없이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적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구조 변환 과정에서 고통받는 일부 자영업자, 서민, 중소상공인께 다시 한번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2년 연속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때도 '경제구조 개혁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고 치부한 바 있다.  

내년 들어 정책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7월 전년동월대비 고용 추락으로 '고용쇼크'가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한 8월 '올해 연말까지는 소득주도성장의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혀놓고 공개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장 실장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했나'라고 질문하자 "인사 문제는 내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발언을 통해 두 차례 국민들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회의에 함께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는 특별한 공개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거취를 묻는 말에도 언급을 피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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