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美측의 任실장 면담 요청에 따른 것"…실질적 사령탑 간주하는 듯

방한(訪韓)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아닌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간 공조 방안을 논의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29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면담이 끝난 직후 "오늘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2차 북미정상회담 진행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에는 문재인 정부 측에선 권희석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이 배석했다. 미국 측에선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 부보좌관, 비건 특별대표의 선임보좌관 케빈 김 등이 배석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29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면담 요청한 임종석 비서실장(오른쪽)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29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면담 요청한 임종석 비서실장(오른쪽)과 대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임종석 비서실장은 '미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고, 비건 특별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비건 대표가 비핵화 대화차 청와대까지 내방하고도, 한국측 외교·안보 이슈 책임자이자 NSC 상임위원장을 맡은 정의용 안보실장이 아닌 임 실장을 대화 상대로 마주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을 면담하고 싶다는) 미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임 실장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이란 점을 내세웠다. 

일각에선 임 실장이 의전서열상 우위인 정 실장보다도 유력한 '청와대 2인자'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고, 비건 대표가 미북 접촉에 앞선 사전조율 및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들의 조력을 얻고자 방한했을 것이라는 추측 역시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28일 방한해 2박3일 일정으로 오는 30일까지 국내에 머문다. 남은 기간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이른바 '비건-최선희' 라인이 북미 실무협상을 가동할 가능성 역시 거론되고 있다.

이날 청와대 면담으로는 미국이 임 실장을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실질적 사령탑으로 간주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임 실장은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초월해 현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 남북공동선언 이행 추진위원장 등을 도맡아 전면에 서 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던 지난 17일에도 직접 국가정보원장, 국방부 장·차관, 통일부 장관, 안보실 1차장 등을 대동해 강원 철원 일대의 지뢰제거 작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 "평양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국무) 장관의 최근 방북 등을 통해 강화된 대화의 모멘텀이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한미 간 대북 공조 방안 조율을 위해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건 대표는 앞서 외교부의 강경화 장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각각 만났다. 

비건 대표는 강경화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선 비핵화 협상 상황과 대북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도훈 본부장과 만나서는 "양국 대통령은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적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두 대통령이 이 목표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협상과 아이디어, 절차와 실행을 담당하는 것은 이 본부장과 나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와) 북측 대표가 이른 시일 안에 만나 현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맥 손베리 미 하원 군사위원장을 만나 면담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면담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왼쪽)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면담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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