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발전법 따르는 '법령등공포에관한법률'엔 남북합의서 해당 없어" 주광덕 의원 분석
공포관련법엔 개헌안·법률·조약·예산·대통령령 등만 공포 대상…靑은 "北 국가 아니다" 조약 부인
통일부도 작년 12월 보고서에 "남북합의서를 공포관련법 따라 공포하는건 적법하지 않다" 적시
보고서, "공포관련법 '규정에 따라'→'규정을 준용하여' 대통령 공포한다 해야" 개정안 제시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단독 비준한 '9월 평양공동선언(남북합의서 제24호)'이 29일 관보 게재로 공포(公布)된 가운데, 해당 남북합의서를 공포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내주 중 함께 관보 게재될 것으로 보이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역시 해당되는 내용으로 보인다.

남북관계발전법이 대통령의 남북합의서 체결·비준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공포 관련 조항이 따르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은 정작 남북합의서를 법률적으로 공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맹점(盲點)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행합의인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이 계류 중인데 정부가 단독 비준한 두 합의서는 '모법(母法) 없는 시행령 격'으로서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재선)은 이날 '동아일보'를 통해 "남북관계발전법이 따르고 있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포 대상은 '조약'이나 '법률' 등에 한하고 있고, 남북합의서는 공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법은 공포 대상을 '헌법개정안' '헌법개정' '법률' '조약' '대통령령' '총리령' '예산' '예산 외 국고부담계약'으로 한정하고 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북한과 맺은 합의나 약속은 조약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양선언이나 군사합의처럼 '안전보장(안보)'에 대한 영향을 주거나 '주권의 제약'에 관한, 또는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재정부담'을 야기하는 조약이라면 헌법 제60조 1항에 의거해 국회가 체결·비준동의권을 갖는다는 한국당 측 비판이 나오자, 청와대는 북한이 국가가 아니며 조약이 아니라 남북합의서를 체결한 것이라고 맞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정리하면 남북합의서가 공포 대상인 조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법률적 공포 대상에 속하지도 않은 평양공동선언을 관보에 게재해 공포할 경우 위법이라는 것이 주광덕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국회의 동의 또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남북합의서는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공포한다"는 남북관계발전법 제22조에 따라 조약이 아닌 남북합의도 공포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23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9월 평양공동선언(남북합의서 제24호)'이 29일 관보에 게재됐다.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문 대통령이 비준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다음 주 중에 관보에 게재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23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한 '9월 평양공동선언(남북합의서 제24호)'이 29일 관보에 게재됐다. 평양공동선언과 함께 문 대통령이 비준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다음 주 중에 관보에 게재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주 의원은 남북관계발전법 해당 조항에 맹점이 있으며, 이를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주지하고 있다는 정황을 들어 반박했다.

통일부가 한국법제연구원에 의뢰한 2017년 12월 연구용역보고서에서 "남북합의서를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공포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적시한 만큼, 평양공동선언 공포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발전법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게 주 의원의 지적이다. 

이 보고서는 "남북합의서는 (법령 등 공포법에 공포 대상으로 적시된) 조약이나 대통령령, 총리령 등 어떠한 법규에도 해당되지 않는 독자적 성격"이라며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행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에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규정된 조항을 "법령 등 공포에 관한 법률에 '준용하여'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개정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주 의원은 "평양공동선언을 법제화하려면 조약에 해당하는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다시 밟거나 공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며 "통일부와 법제처는 법 위반 사항임에도 문 대통령의 지시 한 마디에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다가 결과적으로 법적 하자를 발생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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