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칼럼] 폴 로머의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이 주는 시사점
[박기성 칼럼] 폴 로머의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이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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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적 성장론, 경제외부 아닌 내부서도 성장 계속될 수 있다
인적자본 축적, 사회적활동· 외부효과…이를 극대화하는 것 '대도시'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1985년 1월 시카고대학교 한 강의실에서 루카스(Robert Lucas, Jr.)가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화폐금융론 특강(Special Topics in Money and Banking)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해 여름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의 마샬 강의(Marshall Lectures at Cambridge University)를 앞두고 준비한 것들을 유인물도 없이 쏟아 내고 있었는데,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솔로우(Robert Solow)로부터 시작된 신고전파 경제성장 이론(Neoclassical growth theory)의 결론은 경제가 종국적으로 성장이 멈추거나 모형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성장하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모형 내부에서 결정되지 않고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외생적 경제성장 이론(exogenous growth theory)이라고 하지만, 경제성장에 대해 아무런 함의도 도출되지 않으므로 엄밀하게는 경제성장 이론이라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규모에서는 생산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감소한다. 이것을 규모에 대한 수익이 불변하거나 체감(constant or decreasing returns to scale)한다고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생산규모가 커지지만 제품을 만들 때의 평균비용이 감소하지 않아 성장이 멈춰지게 된다. 반면에 규모에 대한 수익이 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하면 생산규모를 확대할수록 평균비용이 떨어지므로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기술적으로는 성장의 한계 없이 무한 성장할 수 있지만, 한 기업이 시장 전체를 독점하게 되는 등 경쟁시장을 기초로 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었다.

로머(Paul Romer)는 1983년 시카고대 박사학위 논문에서 규모에 대한 수익이 체증하는 상황에서도 경쟁시장이 지탱될 수 있는 균형 개념을 제안했고 그 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제로 빌 게이츠(Bill Gates)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발전시킨 IT 기술은 본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업의 생산비용을 떨어뜨렸다. 이 후자가 바로 외부효과(external effects)이다. 이 외부효과까지 고려하면 규모에 대한 수익이 체증하지만 외부효과로 취급하면 규모에 대한 수익이 불변하거나 체감하게 되어 경쟁시장이 지탱될 수 있고, 기술이나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규모에 대한 수익이 체증하여 경제는 무한히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루카스는 기술이나 지식이 사람에게 체화되므로 기술이나 지식 대신에 인적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인간(人間)은 사회적 존재로 상호작용(interaction)을 통해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새로운 지식, 기술, 기능을 축적한다. 기계와 기계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있을 수 없다. 인적자본 축적은 인간 집단 내에 또는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활동(social activity)이고 바로 이 점이 인적자본 축적과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축적을 구별 짓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 알고 있는 지식의 거의 모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운 것이다. 이 선생들 중 일부에게 수업료를 지불하거나 도제제도(apprenticeship)처럼 그들 주변에 있기 위해 낮은 임금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공짜로 배우고 종종 선생과 학생의 구분 없이 상호적으로 배운다.

그러므로 인적자본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축적되며 그 상호작용은 대부분 공짜이기 때문에 외부효과가 된다. 루카스는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인적자본 축적이 외부효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각 기업에게는 규모에 대한 수익이 불변하지만 외부효과를 포함하면 경제전체로는 규모에 대한 수익이 체증한다고 봤다. 이런 경제가 독점화되지 않고 시장경제가 작동하면서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것이 로머의 균형 덕분이다.

엄청난 집값, 교통난, 나쁜 공기, 비싼 생활비 등에도 불구하고 왜 서울에 많은 기업들과 사람들이 집적되어 있는가.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지방으로 왜 이전하지 않는가. 기존의 경제이론에 의하면 기업들은 지방으로 흩어지고 서울은 한적해져야 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붙들고 있는 것이 바로 상호작용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이다. 많은 사람들 가까이에 있음으로써 개인은 거의 공짜로 고급 정보를 얻고 새로운 지식, 기술, 기능 등을 축적할 수 있다. 언론인 출신 제이콥스(Jane Jacobs)가 그녀의 책에서 수없이 지적하듯이, 이런 의미에서 도시가 국부의 원천이기 때문에 로머가 개발도상국의 발전 전략으로 도시화를 주장한다.

그리고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인적자본 축적이 대부분 외부효과이기 때문에 로머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 외부효과를 내부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루카스는 전혀 다른 견해를 산업정책의 예를 가지고 피력한다. 이론적으로는 다른 산업들에 비해 인적자본 축적의 외부효과가 큰 산업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그 산업을 관료가 어떻게 알겠는가. 그것은 기업가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어나가면서 많은 이윤이 남을 것이라고 판단해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알려지게 된다. 그러므로 루카스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로머는 규모에 대한 수익이 체증하는 상황에서 시장경제 균형을 정립하였고, 루카스는 그 균형을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인적자본 축적이 일어나는 경제에 적용하여 내생적 경제성장 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이론에 의해 경제가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박기성 객원 칼럼니스트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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