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백서 내 북한군은 敵 표현 삭제할 이유 있느냐' 추궁에 "모든 위협이 敵"
한국당·정의당서 "현역군인을 장관 임명하는 건 적폐" 맹비판도
국회 국방위, 정경두 국방장관 후보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현 합동참모본부장)가 17일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대적관(對敵觀)은 물론 현직 군인의 신분 장관 임명에 따른 헌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청문회를 맡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방백서'에 표기된 '적(敵)' 개념과 관련한 질문을 정경두 후보자에게 쏟아냈다.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 적' 표현이 삭제 추진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장관 후보자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정 후보자가 "삭제 추진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그 결과를 12월에 발간할 국방백서에 명기하는 것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답하자 황영철 의원은 "객관적으로 답변하지 말고 후보자의 입장을 말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은 우리 적이다'는 문구가 현실적으로 삭제 또는 조정될 이유가 있느냐"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으로만 (적이) 제한된 부분은 상당히 축소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영토, 영공, 영해에 위험을 가하고, IS 테러, 사이버 안보, 해킹 등 모든 부분을 종합해서 망라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표현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18일 국방위의 합참의장 후보자 청문회 당시 "저희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대적관은 변함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북한군을 주적(主敵)이라고 간주하느냐'고 잇따라 추궁하자 정 후보자는 마지 못해 '북한군은 확실하게 우리의 적'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이었으나, 불과 13개월 만에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입장을 또 바꾼 것이다.

현직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임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직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 임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정치군인'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이런 언행을 두고 야당의 '주적' 개념에 대한 맹공은 이어졌다. 

서청원 무소속 의원은 "북한은 우리 적이다. 군인으로서 북한은 분명히 주적이라고 본다"면서 "(정 후보자의) 서면 답변을 보니까 (주적에 대한 소신이) 어물어물(우물쭈물) 해서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합창의장 청문회 때 (정 후보자가) 분명히 북한은 적이라고 했다"며 "나는 북한이 적이라고 말하는 장관을 원한다"고 추궁했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도 "이제까지 우리나라 국방백서에 '주적'을 명시하고 북한군이라고 돼 있었고 선배 장관 모두 다 (적을) 북한이라고 했다. 그게 다 잘못된 건가"라고 따졌다. 

정 후보자가 "모든 걸 다 포괄하는 용어를 수렴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논점을 흐리자 이 의원은 "장관이 되면 주적 용어는 없어져야 하느냐. 선배 장관과 결별해야 하겠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민과 국토를 침해하려는 어떤 세력도 적이지 않으냐"면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든 아니든 침범하면 적이다. 주적에 대한 국방부 논쟁이 조금 불필요한 논쟁이 아닐까 싶다"고 정 후보자를 두둔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과 관련한 질문도 이날 나왔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사전 서면질의 답변 단계에서 '선(先)종전선언을 해야 북한 정권이 안심하고 비핵화한다'는 정권 논리를 그대로 대변해 대적관을 의심케 한 바 있다.

국방부 차관 출신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종전선언 이후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이 깨지는 것을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장관직을 걸고) 막겠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종전협정 선언이 비핵화 분위기를 만든다는 건 정부의 입장이고 그 내부의 흐름은 유엔군사령부 해체'라는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에 "유엔사 해체는 절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종전 선언하면 주한미군 철수, 유엔사 해체, 한미동맹 해체 등을 우려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는 그런 계획이 없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연합 연습이나 우리 군사 대비 태세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데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며 "(서해) NLL 같은 경우 우리 해군이 피로 지켜온 경계선이다. 이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집중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논문표절과 위장전입 의혹은 비교적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다만 정 후보자는 논문표절 의혹과 관련해 "논문 인용을 많이 했고 각주를 정확히 표기하지 못했다"며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위장 전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젊은 시절에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현역 군인이 국무위원이 되는 게 헌법을 위반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백승주 의원은 "현역 장군을 장관으로 임명할 경우 정무직 자리를 얻기 위해 동요하는 장군이 생길 수 있다"며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오늘 인사청문회를 군인 신분으로 진행하는 게 맞느냐는 한국당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그 이전에 현역군인을 장관 후보로 임명하는 행태 자체가 적폐라고 생각한다"며 "선진국 중에 이런 곳이 어디 있느냐"고 청와대에 쓴소리를 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결국 이날 채택 불발됐다.

국방부는 당초 이날 인사청문회를 한 뒤 곧바로 보고서 채택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야는 이틀 뒤인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서 채택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