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단체들 "5.18 학살 배후" "對北제재규탄" "미군철수" 주장
해리스, 기습 집회·농성에 5.18묘지 참배 저지당하고 전남대 총장 면담에도 차질
'광주 5.18 진압 美 배후설'은 국내외 친북·반미진영의 오랜 주장

미국 태평양사령관 출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했다가 좌파 단체들의 기습 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문제의 단체들은 '광주 5.18에 대한 계엄군 진압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북한 정권, 친북·반미단체들과 동일한 주장을 폈다. 한편 미국 측에 4.27 판문점선언 남북경협 등 이행을 가로막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자료사진=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자료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취임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6일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무등도서관 아메리칸 코너 방문, 전남대 총장 면담과 학생 간담회, 이용섭 광주시장 면담, 비엔날레 개막식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첫 일정부터 틀어졌다. 해리스 대사는 당일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었으나 강성 좌파 단체인 '광주진보연대'가 같은 시각 5·18 묘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일정을 취소했다. 

'광주진보연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광주 5·18과는 무관하다며 사죄를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80년 5월 무고한 광주시민을 간첩과 폭도로 몰아 학살하고 피로 물들인 전두환과 신군부 일당의 천인공노할 학살만행은 미국이 배후에서 깊숙하게 개입해 조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이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광주시민과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그러고 나서 광주영령들에게 무릎 끓고 용서를 비는 진정성 있는 참배를 하는 게 순리"라고 요구했다.

광주진보연대 등 단체는 '대북제재 등 남북 관계 가로막는 미국 규탄대회'를 가질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가 참배를 취소하면서 이들 단체도 단체행동을 접었다.  

6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본부 승강기에서 경찰과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방문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있다.전남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10여명은 '5.18 광주학살 배후는 미국'이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종용했다.(사진=연합뉴스)
6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본부 승강기에서 경찰과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방문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제지하고 있다.전남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10여명은 '5.18 광주학살 배후는 미국'이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 등을 종용했다.(사진=연합뉴스)

해리스 대사는 5·18민주묘지 참배가 무산된 뒤 오후에 광주 무등도서관 아메리칸 코너 방문에 이어 오후 3시쯤 전남대를 방문, 정병석 총장을 예방한 뒤 학생들과 교내 모처에서 간담회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외부의 방해를 받았다. 전남대 본관 건물에는 21세기광주전남대학생연합 학생 10여명이 '광주학살 책임지고 미국은 사과하라'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총장실 앞에서 해리스 대사 방문 반대와 '5·18 미 정부 책임'을 주장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경호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21세기광전대련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5·18의 배후세력"이라며 "80년 5월 당시 미국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작전통제권을 활용해 공수부대의 광주 투입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5·18이 발생한지 38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학살의 직접 당사자 전두환 세력이 제대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처럼 미국도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광주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했다.

오후 7시쯤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행사를 앞두고는 대학생들이 또다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5·18 당시 전두환 세력의 계엄군 투입을 묵인하면서 광주가 입었던 피해에 대해 미국측에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대학을 찾았다"며 "해리스 미 대사가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해서 억울한 마음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의 5·18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학생 등에게 부상을 입힌 경호원 등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광주 5.18 진압 미국 배후설'은 국내외 친북·반미진영의 오래된 주장이다.

일례로 NL(민족해방)노선 단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987년)은 1990년 4월 송갑석(現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의장으로 한 4기 체제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반미투쟁과 관련 "미국이 5.18 광주항쟁 유혈 진압과 민주자유당 창당 등에 배후조정자 역할을 해왔다"며 주한미군 및 핵무기 철수 요구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알린 바 있다. 

이후에도 전대협 소속 학생들은 "광주학살 배후 조종 민자당 산파역 미국은 물러가라" "1980년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한 군부독재를 배후조종한 미국의 행위를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다" 등 미확인 주장을 펴면서 각종 시위·농성을 벌였다.

1993년에 이르러서는 전대협 후신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출범해 1995년 5월 연세대 앞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5.18 과잉진압과 배후조종에 대해 공개사과하지 않을 경우 미 대사관 등 한국 내 있는 모든 미국시설에 대한 강력한 응징투쟁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한총련은 1996년 8월에 이르러 '연세대 폭력 시위 사태'를 일으킨 뒤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한총련을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국가 변란을 선전·선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된 조직'으로 인정했다. 

이후에도 '민주화'를 구호로 앞세운 친북성향 단체·언론,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도 '미국이 광주학살 배후'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국내 반미투쟁을 조장, 선전해 온 북한 정권의 선전매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인 올해 5.18 36주기 이후부터 북한 선전매체들과 국내 일부 친북단체들은 이런 같은 내용의 선전·선동을 본격 전개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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