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380억원 투입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사용안해 양천구 일대 침수
"시설 가동 여부 결정 과정에서 시간 지체...기상청 예비 특보 안내려"

서울시가 침수 피해를 막기위해 새로 만들거나 정비한 시설들이 최근 폭우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시설은 가동조차 못해 세금 1400억원이 들어간 시설 설계 문제와 미숙한 대응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가 침수가 잦은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이번 폭우에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착공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에는 예산 1380억원이 투입됐다. 지하에 4.7㎞ 길이 터널을 만들어 하수관로로부터 빗물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양천구와 강서구 전역 하수로와 연결돼 있으며, 시간당 65~75㎜의 빗물을 넘치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시는 태풍 솔릭으로 폭우가 예상된 지난달 23일 '침수 피해가 발생할 정도의 강수가 계속되면 시설을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8일 오후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는 침수로 이재민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양천구는 신월 5동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대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주택과 상가 156가구가 침수됐다. 양천구에 따르면 복구 지원금에 1억5000여만원이 들어갔다. 강서구도 한 시간 만에 폭우 65㎜가 쏟아져 150여 가구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두 곳에 내린 비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최대 수용 능력보다 적은 양으로 수년간 막대한 혈세를 들인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전혀 쓰지 못하고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상황을 판단해 시설 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고 설명했다. 

28일 호우는 오후 7시 30분쯤부터 1시간 동안 서울에 집중됐다. 기상청은 7시 40분 서울 지역에 호우특보를 내렸다. 기상청의 특보 발령 이후 집중호우가 잦아질 때까지 40~50분의 시간이 있었지만 하수관로를 개방하는 데는 3~4분밖에 걸리지 않는 배수시설은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시 관계자는 또한 "기상청에서 예비 특보도 내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전했다.

28일 저녁 침수된 신촌 번화가 모습
28일 저녁 침수된 신촌 번화가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 2013년부터 2년간 진행한 신촌 일대 하수관 정비 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시 공사에는 세금 50억원이 들어갔다. 

시는 2015년 공사 당시 "신촌로터리 일대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폭우로 신촌 일대는 도심 지역 중 유일하게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시 관계자는 "이번 침수는 서대문구에서 차도와 보도 간 턱을 없앤 탓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치구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 측은 "해당 공사를 한 것은 맞지만, 차도와 보도 사이에 배수관이 설치돼 있어 이번 침수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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