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레슬링의 대부로 활약했던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암 투병 끝에 4일 오전 9시 48분 별세했다. 향년 64세이다.
 

고인은 2013년 담도암 3기 판정으로 수술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해왔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쓸개즙)이 십이지장까지 가는 경로인 담도에서 암세포들이 형성하는 종괴를 일컫는다.

그는 지난 5월 KBS2 ‘여유만만’에 출연해 “프로레슬러 시절 120kg이었던 몸무게가 수술을 받고 80kg이 나갔다”라며 소식을 전했다. 이어 “(지금은) 많이 호전됐다. 거의 다 나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 후진 양성을 하고 식이요법과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있다”며 “제 생각에는 완치라고 하고 싶지만 암이라는 게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완치라고 생각할 정도로 건강을 찾았다”고 밝혔지만, 최근 암이 재발하면서 치료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눈을 감았다.

고인은 '박치기왕' 김일의 수제자로 1975년 프로레슬러로 데뷔한 후 세계프로레슬링기구(WWA)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프로레슬링 인기가 떨어진 뒤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레슬링 선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 프로레슬링계를 지탱해왔다.

2000년에는 WWA 세계 챔피언을 획득하는 등 총 7번의 챔피언 자리에도 올랐다. 2009년에는 종합격투기 선수인 밥 샙과 일전을 벌이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15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공식 은퇴식을 하고 사각 링과 작별한 뒤에도 최근까지 한국 프로레슬링 발전을 위해 힘써왔다. 이왕표 선수는 은퇴 당시 “40년 동안 받은 여러분의 사랑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겠다”며 “저한테 보냈던 뜨거운 사랑을 후배들과 제자들에게 보내달라. 한국 프로 레슬링의 앞날은 영원하다”고 말하며 투병 중에도 프로레슬링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8일이다. 장지는 일산 청아공원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왕표 선수가 2015년 은퇴식날 마지막 경기를 펼친 밥 샙과 챔피언 벨트를 들어보이며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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