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행사 위해 韓정부 北에 지나친 양보, 불투명한 대북지원 전례 떠올라"
"3차 南北정상회담서 상봉 정례화 요구해야…'정치보다 사람이 먼저' 보여줄 기회"
"北정권 '이동의 자유' 기본권 보장 않는 이산상봉, 광범위한 인권침해 단상"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소규모로 불규칙하게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방식에 "정치적으로 자주 활용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봉 가족들이 북한 당국의 '감시' 없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개선할 것도 촉구했다.

2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전문가들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범위 확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일회성 행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27일(미 현지시간) "이산가족 정례화를 위한 대북 압박 노력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닉시 연구원은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난 2015년처럼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된 전례가 많다"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이려면 다음달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정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지난 8월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지난 8월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북측 가족들이 남측 가족들과 헤어지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합의하면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촉진의 동력"이라는 문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논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미 보수주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도 최근 미 경제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이산가족 정례화는 정치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을 남북한 정상이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한국이 상봉 행사를 주말마다 개최할 수용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의 건강함을 시험할 리트머스 시험지"라고도 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이 이산가족 상봉에 관해 북한 정권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며 타협하는 상황에 우려한다"며 "남북협력을 위한 매개체로 이산가족 상봉을 활용하고 상봉 비용 대부분을 부담하는 건 '투명성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조건에 타협하는 전례를 상기시킨다"고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북한 정권이 최근 두차례 이산가족 상봉을 주민들에게 사실상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의 대외선전용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만 짤막하게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고,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등 대부분 매체는 아예 상봉 건을 다루지 않았다면서 "이런 행태는 또 하나의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미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산가족 상봉은 유엔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걸 남북한 모두가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산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군사분계선을 직접 넘지 못하더라도 북한 정권이 허용하면 제3국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텐데 '이동의 자유'를 절대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이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통해 북한에 조직적으로 만연된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단상을 엿볼 수 있다"며 "기존의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권 차원에서 균형적으로 문제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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