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정부 첫해→이듬해 7월 전년동월比 취업자 수 증가폭 다뤘으나
文정부 취업자 수 그래프가 100만여명 늘어난 朴정부보다 2~3배 크게 그려져
"페이크 아트" "JTBC 국민 개돼지 취급" "靑 '그래프신공' 따라하기" 비판 고조
'고의 조작' 논란 일지만 同수치로 엑셀 구동결과 비슷…'無성의' '조악함' 때문인 듯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근 전년동월대비 취업자 수 5000명 증가라는 '고용 참사'를 설명하기 위한 취지에 역행(逆行)하는 시각자료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JTBC가 지난 23일 밤 방영한 시사프로그램 '썰전'에서는 <54조 예산 쏟은 일자리 정책에도 '고용쇼크' 비상, 그 대책은?>이라는 주제로 출연자들이 토론했다. 이 방송에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해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이런 결과를 내놓은 것에 죄송하다"면서도 "멀쩡한 경제를 엉뚱한 정책으로 말아먹었다고는 생각 안 한다"고 발언했다.

"이념만을 따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질타하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이철희 의원 간 설전이 벌어지기에 앞서, JTBC는 자체적으로 만든 '연도별 취업자수(통계청·단위 천명)' 막대그래프를 고용 쇼크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자료로 방송에 내보냈다.

8월23일 밤 방영된 JTBC '썰전' 방송에서 사용된 '연도별 취업자 수' 그래프
8월23일 밤 방영된 JTBC '썰전' 방송에서 사용된 '연도별 취업자 수' 그래프

이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각각의 '출범 첫해 7월'과 '두번째 해 7월'간 취업자 수를 막대그래프로 표현하고, 동시에 취업자 수(전년동월대비) 증가폭을 화살표와 함께 '50만'과 '5천'으로 써 넣은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첫해(2013년) 7월 취업자 수는 2547만3000명, 이듬해(2014년) 7월 취업자 수는 2597만9000명이다. 문재인 정부 첫해(2017년) 7월 취업자 수는 2707만8000명, 이듬해(2018년) 7월 취업자 수는 2708만3000명으로 통계청 수치 인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막대그래프의 모양만 보면, 박근혜 정부 2년차 취업자 수를 표현한 그래프 길이가 문재인 정부 1·2년차 것의 '반토막'에 불과해 논란이다. 

'50만 대 5천'으로 산술적으로 100배 차이가 나는 취업자 수 증가폭 차이가 두드러지긴커녕, 전·현임 정부간 취업자수가 2~3배 차이나는 듯한 막대그래프의 길이차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2014년 7월(약 2600만명)부터 2015·2016년을 거쳐 2017년 7월(2700여만명)에 이르기까지 취업자 수는 100만여명 증가했으므로, 현 정부의 취업자 수 막대그래프는 26분의 1정도만 길어졌어야 정상이라는 지적이다.

JTBC가 만든 그래프를 접한 시민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팔수 노릇 오진다", "2700만이 무슨 2500만의 두배라도 되는 듯이 그래프를 그려놨다", "누가 보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전체 취업자 수가 두배로라도 늘어난 줄 알겠다", "JTBC가 얼마나 국민들을 개돼지로 취급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 정도면 통계가 아니라 페이크 아트(Fake Art)", "이런 거 좌파들은 좋아한다. '와 박근혜 때보다 두 배 이상 취업자가 있어서 천천히 늘고 있네! 역시 달님!' 한다", "청와대의 '그래프 신공' 따라하기냐"라고 조소를 보냈다

이 중 "청와대의 '그래프 신공'"이라는 언급이 나온 것은 청와대가 ▲7월 말부터 현 정권 들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지표만 모아 시각자료로 온라인 배포한 '한국 경제의 다양한 얼굴 시리즈' 일부 그래프 조작 논란 ▲이달 22일 홈페이지에 반영한 2018년 7월 전년동월비 취업자 수 증가폭(5000명)이 '1만명'으로 부풀려졌다는 논란에 이은 또 다른 '그래프 조작'이 아니냐는 의심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JTBC 썰전 방송화면 내 드러난 '연도별 취업자 수' 그래프 수치를 인용해 엑셀 프로그램으로 새 그래프를 산출한 결과, 비슷한 비율과 모양의 막대그래프가 그려졌다.
JTBC 썰전 방송화면 내 드러난 '연도별 취업자 수' 그래프 수치를 단순 인용해 엑셀 프로그램으로 새 그래프를 산출한 결과, 비슷한 비율과 모양의 막대그래프가 그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의 조작'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지난 24일 "그래프가 편파적이다 싶어서 수치를 입력하고 엑셀로 뽑아봤다"며 "(결과물이) 썰전 그래프와 다를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수치에 따른 그래프를 조작없이 출력했다"고 분석한 글을 올렸다.

A씨는 "편파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y축(세로축)의 값의 범위가 24500~27500 으로 (엑셀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프로그램 구동 결과 JTBC가 제작한 그래프는 최저점의 숫자가 '0'이 아니라 '2만4500'일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는 "y축의 범위를 0~30000으로 한다면 두 그래프의 데이터 값이 크게 차이가 없이 때문에 눈에 띄는 차이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방송에 사용된 그래프가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가 JTBC 썰전 방송에 사용된 그래프의 y축(세로축)을 0부부터 30000까지로 재조정해 산출한 그래프의 모양. 전년동월대비 취업자 수 변동폭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가 JTBC 썰전 방송에 사용된 그래프의 y축(세로축)을 0부부터 30000까지로 재조정해 산출한 그래프의 모양. 전년동월대비 취업자 수 변동폭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비판과 같이 '직관과 크게 어긋난 그래프'로 보이는 게 명백하다는 점에서, JTBC 측이 '취업자수 증가폭 급감'을 보여 줄 대안이나 정밀성을 갖추지 않고 '조악한' 그래프를 그대로 방송에 내보낸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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