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예보'로 전국 7800여개 학교 휴교·휴업...정작 날씨는 '멀쩡'
文대통령, 벙커까지 들어가 지휘했지만...태풍 '솔릭' 소멸단계
태풍 사라졌는데 기상청 발표는 '오리무중'...靑 청원게시판에 "기상청 폐지하라"

24일 오전 바람없이 가랑비가 내리는 흐린 서울 하늘 [펜앤드마이크]
24일 오전 바람없이 가랑비가 내리는 흐린 서울 하늘 [펜앤드마이크]

제19호 태풍 ‘솔릭’에 대비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들어가고, 전국적으로 7800곳이 넘는 학교가 휴교했지만 24일 오전 태풍은 소멸 단계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지난 21일 "태풍 '솔릭'으로 우리나라가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태풍의 규모가 과거 2010년 8월에 발생한 제7호 태풍 '곤파스'를 빼닮았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24일 오전 서울의 출근길은 기상청의 경고와는 다르게 바람없이 가랑비가 잔잔히 내리는 수준의 우천(雨天)에 그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솔릭은 오전 9시께 서울에서 남쪽으로 이미 100㎞ 부근 육상을 지났고 세력은 약화됐다. 

이날 휴교나 휴업하겠다고 교육부에 보고한 유치원과 특수학교, 초·중·고등학교는 12개 시·도 7천835개교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1900곳에 이날 하루 휴업을 명령하고 고등학교에는 휴업을 권고했다. 

세종과 강원, 전북, 충북 교육청은 전면 휴교를 결정했다. 경기와 대구, 충남교육청은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업이나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휴업은 학생만 등교하지 않고 휴교는 학생과 함께 교직원도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서울과 인천, 경남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전면 휴업하고 고등학교는 휴업이 권고돼 학교장이 휴업 여부를 결정했다.

대전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전면 휴업,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휴업 권고를 받았다.

정부의 호들갑과 기상청의 오보로 대한민국 교육이 통째로 멈춘 것이다.

23일 오전 청와대 '벙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제19호 태풍 '솔릭' 상황 보고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23일 오전 청와대 '벙커'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제19호 태풍 '솔릭' 상황 보고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전날인 23일 오전 재킷도 걸치지 않고 넥타이도 매지 않은 채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비장한 모습으로 벙커로 들어가 행정안전부 장관, 기상청장 등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다.

연합뉴스는 회의장 분위기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은 민방위복을 입은 채 참석하는 등 회의장 안에서는 긴박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묘사했다.

정규재 펜앤뉴스 대표 겸 주필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태풍이 소멸됐다고 한다”며 “한국 기상청은 그 발표를 못하고 있다. 엄청난 것이 온다면서 호들갑을 떨고 온 국민을 겁주었던 과오가 두려워서 인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에든 과잉대응하는 버릇이 양치기 소년을 만든다”며 “특히나 자연과학도 아닌 사회분야에서 과도한 법칙 의존적 예측은 금물이라고 생각도 해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기상청을 없애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기상청이 예측한 태풍 진로가 번번히 틀린 데다, 당초 예상보다 솔릭의 위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상청을 성토하는 청원이 20여건 올라왔다. 기상청 폐지를 주장한 청원자는 "태풍이 온다고 아주 큰일날 듯이 (기상청이)날뛰더니만 사기 당한 기분"이라고 썼다. 

또 다른 청원인도 "세금 낭비하는 ‘구라청(거짓말하는 기상청)’ 이번에 폐쇄해 달라" "기상청 (예보관의) 월급 깎아달라" 등의 청원을 남겼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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