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산 석탄 국내 밀반입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관세청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5가지 의혹을 짚어본다.

1. 관세청이 제시한 시가는 부풀려져 있다?
관세청은 이날 “2017년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북한산 석탄 등 35,038톤(시가 66억 원 상당)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관세청이 제시한 시가가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PenN과의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시가 계산법은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북한산 밀수 광물의 시가를 66억 원으로 원래 시가보다 높게 책정한 것에 대해 그는 “세관에서 범칙물품을 계산할 때는 통상 국내 도매가격 시가로 계산하도록 되어 있고 시가 계산 방법은 혐의자 신고금액을 시가역산율로 나눠 계산한다”며 “업체가 신고한 가격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 가격에 세금, 운임, 보험료, 적정이윤, 관세, 부가세, 판관비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실제 시장 가격을 반영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신고한 과세가격 자체는 40억대지만 관세청이 계산한 범칙시가는 66억으로 이는 신고한 가격에 공식을 대입해 계산한 것일 뿐이며 만약 이것이 잘못됐다면 검찰이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국내에 밀반입된 북한산 광물의 실제 단가를 계산해 보았다. 

남동발전은 작년 10월 국내 석탄 중개업체인 헨트사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9703톤의 무연탄을 수입했다. 지난 10월 19일에 5,119톤, 10월 27일에 4,584톤을 구매했다. PenN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시 구매가격은 톤(t)당 각각 91달러와 94달러였다. 구매조건은 CFR(Cost and Freight)이었다.

CFR은 판매자가 기항지까지 상품을 운반해주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보험금이 제외돼 있어 CIF(Cost, Insurance & Freight)보다 가격이 싸다. 게다가 무연탄은 대게 관세가 붙지 않는다. 즉 남동발전은 러시아산으로 위장한 북한산 석탄을 동해항에서 수령하는 데 미화 91불 또는 94불을 지불했다. 여기에 약간의 보험금 등이 더해질 수는 있지만 1톤 당 약 100불 정도의 금액을 지불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태흥금속은 경남은행과 신용장 거래방식을 통해 약 71만 4000달러, 북한산 선철 2010톤을 들여왔다.

무연성형탄(조개탄)의 시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관세청 관계자가 실제 신고된 금액은 총 40억 정도였다고 밝혔으므로 북한산 무연성형탄은 약 4억 원어치가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관세청이 밝힌 시가 66억은 실제 시가 40억 원보다 26억 원 정도 더 높다는 결론에 이른다. 해외 자원 무역업 및 발전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볼 때 이를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됐다.

첫째 가설은 북한이 ‘석탄깡’을 했을 가능성이다. 관세사 A씨는 “중개인이 북한으로부터 받을 중개수수료를 저렴하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중개인이 북한에 약점을 잡혔거나 북한에 잘 보여야 하는 경우 북한이 중개인에게 현금 대신 무연탄이라는 현물을 중개수수료로 줄 수 있다”며 “북한과 연계된 국내 정권 실세가 이를 남동발전에 팔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 이 경우 남동발전은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둘째 가설은 국내 유입된 북한산 광물의 물량이 관세청이 밝힌 약 3만 5000천 톤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관세청이 실제 밀수 물량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편 대법원은 2017년 9월 21일 선고 2017도8611 판결에서 시가역산율표에 의한 국내 도매 가격의 산정 방식에 의해 산정한 가격이 실제의 국내 도매가격과 차이가 있다는 유력한 자료가 있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국내 도매가격을 산정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이번 관세청의 시가 계산도 실제 시가와 상당부분 차이가 나는 만큼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 성분 분석만으로는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
관세청은 10일 수사가 장기화된 이유를 밝히며 “성분 분석만으로는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 확인이 곤란”하다고 했다. 관세청은 “석탄 분석 전문기관인 대한석탄공사연구소에 따르면 석탄은 고유지문이 없고 산지라도 채광시기, 채광 심도에 따라 성분이 변하므로 성분분석만으로는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한석탄공사연구소 관계자는 PenN과의 전화통화에서 “저희는 (원산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장비로 원산지를 밝힐 수는 없다. 경험치에 의한 판단은... 그건 부정확한 것 아닌가? 어쨌든 저희는 북한산 석탄을 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30년 이상 해외에서 자원 무역을 A씨는 “전 세계에 무연탄 산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남아공의 경우 거리가 멀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고, 호주는 환경오염 때문에 잘 수출을 안 하며, 베트남은 국가가 엄격하게 자원 수출입을 통제한다”며 “써본 사람은 북한산 무연탄이 품질이 좋은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동안 경험을 통해 국가별 무연탄 특징을 축척해 놓았기 때문에 북한산인지 러시아산인지 구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래는 대북 제재 전 북한 석탄을 취급했던 인도인이 제시한 북한산 무연탄 스펙(성분 분석표)이다.

북한산은 아래 표에서처럼 대략 순발열양이 약 5900kcal/kg이며 비교적 황산 성분이 높고 일일이 사람이 수공으로 캐기 때문에 불순물이 섞이지 않아 품질이 매우 좋다고 한다.

 

3. 북한석탄 3만 5000톤은 제3국으로 석탄 중개한 ‘수수료’다?
해외 자원 무역상들에 따르면 광물 중개 커미션은 절대 현물로 받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석탄 커미션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국제적으로 리스크(위험요소)가 없는 에이전트일 경우 장기계약에 1% 내외며 일명 브로커 즉 일터미디어리(intermediary)는 0.3%인데 북한 석탄 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1% 이상 커미션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관세청의 설명대로 국내에 유입된 북한산 석탄 3만 5000톤이 제3국에 북한산 석탄을 중개무역한 대가였다면 커미션을 1%라 가정해도 대략 해외에 북한산 석탄 약 300만 톤을 팔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은 항구 시설이 낙후돼 큰 배가 나갈 수 없으며 북한으로 입출입이 가능한 배들은 통상 4000톤 5000톤짜리 작은 배들”이라며 “석탄 300만 톤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서는 배가 약 600척이 필요한데 이 경우에는 전 세계가 다 (북한의 밀무역을) 알아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 관세청은 왜 밀수가 아니라 부정수입죄를 적용했나?
관세청은 10일 해당 업체 대표 A씨(여·45), B씨(남·56), C씨(남·45)에게 무연탄과 선철 밀수입 6건에 대해 부정수입죄를 적용했으며, 무연성형탄 1건에 대해서만 밀수죄를 적용했다. 유엔 대북 제재 금수품인 북한 석탄과 선철 등을 밀수입했는데도 이에 대해서 부정수입죄만 적용한 것이다.

밀수입은 관세법 제269조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관세액의 10배와 물품원가 중 높은 금액을 벌금으로 징수한다. 부정수입은 관세법 제270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 벌금이다.

변호사 A씨는 “밀수는 수입신고를 안 하거나 수입이 금지된 물품을 수입하는 것이고 부정수입은 마땅히 받아야할 허가 인증 절차를 안 받고 수입하는 것”이라며 “밀수의 경우에는 반드시 추징을 하지만 부정수입의 경우에는 대개 벌금 정도만 나온다”고 지적했다.

 

5. 관세청은 지난해 11월 통관 보류를 왜 해제했나?
작년 11월 관세청은 북한산 무연탄으로 의심해 통관을 보류한 후 3개월이 지난 올해 2월 이를 갑자기 해제했다. 관세청은 북한산 석탄이라는 점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통관을 허용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이 석탄은 북한산이라는 것이 관세청 발표에서 드러났다.

최초 북한산 석탄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는데도 통관을 허가한 이유와 이후 이 석탄이 북한산으로 드러난 과정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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