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소기업들, 영업 멈추고 환율 주시···일부 기업들 가격 인상 나서
현지 생상공장 두고 있는 기업들은 타격 덜 받아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리라/달러 환율은 올 들어 19일(현지시간) 현재까지 58% 넘게 급등, 리라화 가치가 달러 대비 37% 폭락하면서 기업들 입장에선 제품을 팔아도 손해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리라화 가치의 폭락은 한국기업이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며 예상한 달러당 최대 5리라 선을 훨씬 웃돈다. 현재 리라/달러 환율은 달러당 6리라 수준이다.

제품을 달러나 유로 기준으로 전량 수입해 리라로 판매하는 한국기업이라면 단기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제품 판매가격이 달러나 유로 기준으로 훨씬 싸진 탓이다.

터키에 진출한 기업들은 투자나 영업활동을 잠정 보류하고 최근 기존에 체결한 계약의 수금에 집중하며 환율동향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일부 한국기업은 환율 상승을 이유로 신속하게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오른 환율을 모두 반영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달 17일 삼성은 환율 급등을 이유로 스마트폰 S9 가격을 4899리라(약 93만원)에서 5349리라(약 101만원)로, 노트9 가격을 5499리라(약 104만원)에서 6149리라(약 116만원)로 각각 인상했다고 터키 언론이 전했다. 이는 약 10% 인상률로, 환율 인상폭에 못 미친다.

현대자동차 등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기업이나 달러 또는 유로 기준으로 대금을 받는 업체들은 타격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달 14일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겪는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터키를 상대로 경제 전쟁을 벌이는 이들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들이 아이폰을 갖고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있다"고 직접 미국 전자제품 불매를 언급했다. 이에 장기적으로 한국 전자업계가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너스'와 '베스텔' 등 자국 제품 사용을 독려하기도 하면서 터키 가전업체인 베스텔의 주가는 이날 약 8% 급등하기도 했다. 터키 TV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베스텔은 유럽 가전업계의 강자로 꼽힌다.

터키 주재 한국기업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야 한국 브랜드의 가격이 높아졌다고 해서 터키산으로 당장 이동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겠지만 TV 등 가전은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영향을 받을 우려가 크다"고 전망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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