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은 인정하지만 행사 안했다니" 안희정-재판부 싸잡아 성토
여비서 폭로 당일 安 제명했던 민주당, 홀로 공식언급 자제하며 "복당 불가"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받았다.(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충남도지사가 여비서 김지은씨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 1심 재판에서 14일 무죄 선고를 받자, 야4당에서는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날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실상 미투운동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것이 사법부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의 미투운동에 대한 대답이자 결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미투(#Me_Too, 성폭력에 나도 당했다) 운동의 열기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미투 가해자로 지목당했던 고은 시인의 10억대 손배소를 시작으로 줄줄이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은 이어지는 모든 미투 관련 재판의 시금석이 될 것이었기에, 많은 국민들과 특히 여전히 숨죽이고 있는 피해여성들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었다"고 상기했다.

이어 "사법부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만으로는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수많은 여성들이 무죄판결을 두고 '성범죄 피해를 고발해도 여성들만 다치는 현실을 알려준 것', '여성을 위한 법은 없다'고 외치며 절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나아가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던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 감정과 완전히 괴리된 판결"이라며 "안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보며 대한민국 곳곳에서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면서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국민께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안 전 지사는 본인 때문에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받았다는 여성에게는 뻔뻔하게도 사과 한마디 남기지 않았다"고 짚기도 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제2야당인 바른미래당도 "(안 전 지사의)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며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이종철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법적으로 무죄가 됐다고 정치·도덕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미 안 전 지사에 대한 정치·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고 덧붙였다.

범(汎)여권 비교섭단체 중에서 민주평화당은 김형구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의외의 결과"라며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에서는 최석 대변인이 "상식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력은 있는데 위력행사는 없었다? '술을 먹고 운전했으나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고 재판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법체제 하에서는 동일한 성범죄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도 처벌받을 일이 없다는 말이다. 결국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현재 대한민국 여성 성범죄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가해자를 찾을 때"라고 했다.

앞서 지난 3월5일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친문(親문재인)성향 종편 JTBC에 출연해 폭로한 당일 안 전 지사를 제명·출당했던 민주당은 당 차원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1심 무죄 판결에 따른 복당 가능성과는 선을 그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 제명 및 출당은 본인의 사실인정과 사과에 근거해 이뤄진 것"이라며 "정당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은 것이기 때문에 (1심 선고가) 안 전 지사의 복당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 역시 "안 전 지사 관련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면서도 "복당 여부도 대법원 선고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지 지금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위력의 존재감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김씨를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안 전 지사는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며 "어쩌면 재판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할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기호 기자 rlghld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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