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눈치보기' 비판 고조…군사행진 5년 주기 돌아와도 묵살, 靑탁현민 기획중
국내언론서 제기한 北 9.9절 열병식 준비, VOA 의뢰 위성사진 보도로 포착돼

국방부가 오는 10월1일 건군(建軍) 70주년 기념을 겸하는 국군의날 행사 때 시가지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기로 했다. 통상 열병식을 거행하는 5년 주기(1993년 이후)가 돌아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행사 취지까지 바꿔가며 군의 존재감을 지우는 양상이다.  

이른바 '남북 대화' 기조를 감안한 조치라는 후문이나, 오는 9월9일 정권수립일을 맞는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는 가운데 '북한 눈치보기'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건군 65주년 국군의날이던 지난 2013년 10월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장대 열병식을 주관했다. 같은날 서울역과 서울시청, 세종로, 종각역 사거리, 동묘앞 일대에서는 1만1000여명 규모의 병력을 동원한 시가행진이 벌어졌다.(사진=연합뉴스)
건군 65주년 국군의날이던 지난 2013년 10월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장대 열병식을 주관했다. 같은날 서울역과 서울시청, 세종로, 종각역 사거리, 동묘앞 일대에서는 1만1000여명 규모의 병력과 군 장비를 동원한 시가행진이 벌어졌다.(사진=연합뉴스)

14일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국군의 날 기념식은 10월1일 전쟁기념관에서 거행되며, 시내 군사 퍼레이드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이번 기념식에서 행사에 동원하는 장병도 최소화하고, 전차·장갑차·미사일 등 무기와 장비도 전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시가행진을 하면 장병들이 제일 고생을 한다"며 "이번에는 장병들이 국군의 날 주인공으로 축하받는 행사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공군 곡예비행팀인 블랙이글스 비행, 드론봇 등 각군 미래 전투 체계 시연과 함께 축하 콘서트 등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 안팎에서는 건군 70년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희박한' 국군의 날 행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만 해도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각종 전차와 자주포, 미사일 등을 동원한 시가행진을 한 것과는 너무 대조된다는 것이다. 

국군의 날 행사는 1956년 시작됐으며, 지난 1993년 이후 5년 주기로 꺾어지는 해마다 대규모로 열려 왔다.

건군 50주년이던 1998년에는 성남 서울공항에서 특전부대 집단 강하, 태권도 시범 등 행사가 열린 뒤 도심 시가행진을 했다.

건군 60주년인 2008년에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본 행사에 이어 테헤란로 일대에서 24종 86대 장비를 동원해 군사 퍼레이드를 했다.

특히 이번 국군의 날 행사 기획에는 청와대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한 언론이 전했다.

군 행사의 기획 단계부터 청와대가 관여해 북한이 싫어할 만한 내용은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 Inc.)'가 한반도 시간으로 12일 평양 미림 비행장 북쪽 광장을 찍은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군인들로 보이는 인파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차량 수백 여대가 주차되는 공간에도 차량으로 보이는 물체가 가득 들어차 있다.(사진=VOA 방송 제공)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 Inc.)'가 한반도 시간으로 12일 평양 미림 비행장 북쪽 광장을 찍은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군인들로 보이는 인파가 곳곳에서 확인되고, 차량 수백 여대가 주차되는 공간에도 차량으로 보이는 물체가 가득 들어차 있다.(사진=VOA 방송 제공)

반면 북한은 올해 인민군 창건일을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2월 8일)로 옮기고 대규모 열병식을 벌인 바 있다. 또 9월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서도 열병식과 카드 섹션 등을 준비 중이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VOA가 '플래닛 랩스'에 의뢰한 결과 지난 11일 오전 10시54분 평양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김일성 광장에 직사각형 형태로 도열한 인파가 포착됐다.

김일성 광장 중앙에 집중된 인파 사이에서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졌는데, "이런 모습은 과거 열병식 준비 과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VOA는 전했다.

다만 과거 김일성 광장 전체를 붉게 물든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체 광장의 약 10% 면적에서만 인파가 목격돼, 열병식 참가 인원 중 일부만 집결한 건지 열병식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한다.

VOA는 또 열병식 준비 과정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모습은 12일 평양 미림 비행장 북쪽 광장을 찍은 위성사진에서도 확인됐다고 알렸다.

평소 군인들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이 장소 곳곳에서 군인들로 보이는 인파가 확인되고, 차량 수백대가 주차되는 공간에도 차량으로 보이는 물체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열병식에 앞서서도 2개월 가까이 해당 장소에 군인으로 추정되는 인파가 모인 바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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