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심재철 의원 "사람 생일 언제냐고 묻는 웃긴 상황"
김민철 "건국이란 '과정'...학자마다 건국 규정하는 정의 달라"
양동안 "건국이 과정? 생일말고 부모 합방한 날 기념해야"
전우용 "건국은 역사관에 대한 국민적 합의 맺어져야 하는 문제"
이영훈 "1948년 신문서 건국과 정부수립 동어반복으로 사용돼"

[펜앤드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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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13일 열렸다.

이번 토론에 우파성향의 자유민주진영 패널로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이주천 전 원광대 사학과 교수가 참여했고, 좌파성향의 소위 (진보)민주 진영에선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참여했다.

심재철 의원은 축사에서 “사람이 생일이 있는데 너의 생일 언제냐고 묻는 웃긴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라며 “사람이 생일을 가장 중요시하듯, 나라는 건국일이 언제인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남자를 두고 이게 남자냐 여자냐를 두고 따지는 상황”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내년이 건국 100주년이란 말을 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라며 토론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은 ‘대한민국이 언제 건국되었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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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진영의 김민철 연구위원은 “건국절을 제정하자는 것은 대단히 소모적인 논쟁”이라며 “우선 건국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고 ‘네이션 빌딩(Nation-building)’이라고 할 때 빌딩(짓는) 과정들이 있는데, 건국을 뭘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논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파 진영의 양동안 명예교수는 “역사 해석은 범죄수사와 같은 전문성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건 그 자체가 일어난 일이 언제인지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 교수는 “건국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며 “네이션 빌딩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틀린말이다. 영어로 말하면 ‘포메이션 오브 스테이트(Formation of state-국가의 성립)’, 즉 건국은 과정의 완료를 뜻한다. 건물이 준공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임신해서 10개월이 지나 아기의 몸이 모태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구성의 완성은 필수요소를 다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어떤 특정 지역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며 내치와 외치를 자주적으로 실천하는 정치적 결사다. 이런 개념을 명확히 알면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이란 답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좌파 패널인 심용환 교수는 “1919년이 건국절이냐, 1949년이 건국 절이냐는 정치적 논쟁에 불가하다”며 “역사적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라고 주장했다. 즉 역사학계에선 이전에 건국절 논쟁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반면 정치권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건국절 주도권 씨름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민주진영의 이주천교수는 “1948년 건국이 아니라고 정치권에서 결정하면 대한민국은 사망선고가 내려진다고 생각한다”며 “아마 총선이 있을 2020년 3월에 대한민국의 사망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며 1948년 건국을 적극 옹호했다.

이 교수는 “아들 생일을 결정하는데 아버지가 독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느냐?”며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정부수립을 건국절이라고 못하고 좌파들에게 벌벌 기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서며 문제가 여기까지 커졌다”고 비판했다.

반대 패널의 전우용 교수는 “역사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어느 수준에 맺어지느냐의 문제”라며 “많은 것들이 재검토되고 재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동안 교수는 “좌측 선생들께서 말씀하시는 주장들이 타당치 않다”며 “우선 역사관에 따라 건국일이 다를 수 있다고 하는데, 인간관에 따라서 인간의 생일이 달라질 수 있냐?”고 반문했다.

(좌측부터)이영훈 교수, 양동안 교수[펜앤드마이크]
(좌측부터)이영훈 교수, 양동안 교수[펜앤드마이크]

양 교수는 “생일이 있기 전의 이러저러한 과정을 기념해야 하냐”며 “생일을 기념하지 않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방사(房事)한 날을 기념해야 하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건물로 치면 어느 건물이나 준공일이 있다”며 “건축물은 완공을 기념하지 건축을 준비하는 행위를 기념하는 그런 일은 없다. 역사관이나 사상의 차이가 있더라도 어떤 나라의 객관적인 건국일은 요지부동”이라고 못박았다.

이영훈 교수는 “1948년 당시 신문을 보면 건국과 정부수립은 동어반복으로 즐겨 사용된 표현”이라며 “이는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건국 몇 주년이라고 말씀하시며 8.15기념식 축사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부수립은 한 나라가 성립되는 국제적 사건의 실제적 규정”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국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놓고 다양한 뜻풀이들이 있다. 그러한 다양한 뜻풀이들도 다음과 같은 국가의 특징 네 가지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갖는다.

▲국가는 특정 지역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지리적 단위의 정치결사다 ▲국가는 자기가 지배하는 영토에서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한다 ▲국가는 영토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공적 질서를 강제한다 ▲국가는 영토 내의 통치와 외부 세력과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외부세력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

국가의 특징에 관한 이와 같은 공통인식을 토대로 국가를 정의하면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권 그리고 국민으로 구성된 1948년이 8월 15일이 건국일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도출되는 결론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서 1948년 건국에 대해 회의를 가진 패널들은 대한민국이란 공화적 질서에 대한 합의는 1919년 기미 3·1만세운동을 기점으로 성립됐으므로 그 가치를 계승함에 따라 1919년을 건국연도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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