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 후 사퇴"
"기득권 세력의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견제되는 상황 목도"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돼"

여러 의혹에 휘말려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는 대한불교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사실상 즉각적인 사퇴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앞서 설정 스님이 오는 16일 이전에 총무원장직을 사퇴한다는 뜻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이런 방침을 본인이 직접 밝힌 바는 없다. 대신 설정 총무원장은 즉각적인 퇴진 결정을 유보하고 올 연말에 사퇴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 사부대중에게 드리는 글'을 직접 읽으며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과거 은처자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고 부인하며 "(진실을)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 제기와 불교계 분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4개월 남짓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설정 스님은 사퇴 기한을 연말로 못 박은 이유에 관해서는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 단체들이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답했다.

사퇴 유보 이유로 개혁을 강조한 설정 스님은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사부대중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이어 "그동안 혼탁한 선거로 인해 많은 사부대중에게 실망을 줬던 세속적이고 타락한 종단의 선거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직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모든 사부대중이 인정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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