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총리의 6일 삼성 방문 앞두고 청와대 일각에서 '구걸'이라는 비판 의견
김 부총리, 이례적으로 반박 입장문 내
삼성, 6일 내놓기로 했던 10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 발표 연기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와의 '정책 불화'가 표면화하고 있다.

6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이뤄질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간담회를 앞두고 청와대와 김 부총리의 엇박자가 ‘대기업 투자 구걸’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김 부총리의 방문에 맞춰 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됐던 삼성은 일단 이번에는 투자·고용 계획을 밝히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논란의 배경에는 김 부총리와 청와대 참모진 간의 정책 ‘불협화음’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전부터 삼성 방문을 구상하고 있던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LG그룹 구본준 부회장을 시작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1월), 최태원 SK그룹 회장(3월) 등 대기업 오너들을 잇따라 만났다. 그는 또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소통 관련해 4대 재벌뿐 아니라 어떤 재벌과도 만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과의 만남을 가시화했다.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일각에서 정부가 삼성에 투자ㆍ고용 확대를 위해 손을 벌리면 이른바 '재벌개혁'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김 부총리는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3일 한 언론에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삼성 방문에 대해 정부가 재벌에 투자와 고용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언론은 또 기재부가 청와대 의사를 받아들여 삼성 측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직접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올들어 다른 주요 그룹을 방문했을 때 해당 그룹의 투자와 고용 계획을 당일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이날 저녁 이례적으로 김 부총리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해당 언론 보도에 담긴 청와대 입장을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입장문에서 "삼성전자 방문 계획과 관련해 의도하지 않은 논란이 야기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그동안 대기업을 네 차례 만났지만 투자·고용 계획에 간섭한 적이 없고, 정부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또 "(기사에 담긴 청와대 입장이) 국민이 바라는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김 부총리는 앞서 2일에도 혁신 성장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와 비슷한 톤의 발언을 했으며, 지난 1일에도 기자들에게 "삼성에 투자 SOS(요청)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며 "정부가 투자를 종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 바 있다. 또한 김 부총리는 일자리와 투자 활성화를 이루려면 기업과 소통이 시급한데, 청와대 내부의 시민단체와 좌파 성향 학자들에게 또 발목을 잡힐 순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부총리와 청와대ㆍ여당은 최저임금 이슈, 고용 대책,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에서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5월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놓고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통령 면전에서 설전(舌戰)을 벌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6일 회동 이후 시기를 다시 골라 100조원 규모의 투자ㆍ고용 확대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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