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초상화에 먹물 끼얹었던 여성은 정신병원行

최근 중국 내에서 정부를 비판했다가 억압당하는 사례가 노출되고 있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비판했던 한 퇴임교수는 인터뷰 도중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됐고, ‘중국몽’ 국정 홍보 전단에 먹물을 끼얹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이목을 끌었던 한 여성은 정신병원에 감금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일 쑨원광(孫文廣·84) 전 산둥대 교수가 VOA(미국의소리)와 전화 인터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 행보를 비판하던 도중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 공안들에 의해 체포됐다. VOA는 그가 끌려나가면서 "나는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라는 외마디를 끝으로 소식이 끊겼다고 전했다. 이후 쑨 교수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VOA측은 중국 외교부와 산둥대 공안처, 현지 파출소에도 문의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은 없다고도 전했다.
 

쑨 교수가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 당시 쓰인 화면 /VOA
쑨 교수가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 당시 쓰인 화면 /VOA


쑨 전 교수는 이날 중국 지난(濟南)의 자택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중국에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 등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 대신 중국 내의 빈곤한 사람들의 삶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화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쑨 공안들이 들이닥쳤다. 당시 쑨 교수는 “공안이 왔다, 공안이 왔다. 4명, 5명, 6명”이라고 외쳤다. 그는 그러면서 공안들에 “내가 틀린 말을 했느냐. 대다수 중국 백성은 아직 매우 가난하다. 아프리카에서 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공안들에게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가. 지금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은 범죄다”라고 항의했다. 쑨 교수는 공안에 의해 끌려나가며 전화 연결이 끊기기 직전 “나는 내 의견을 펼칠 수 있다. 이것은 나의 언론 자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후 쑨 교수는 전화, 위챗, 이메일 등 모든 연락 수단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쑨 전 교수는 지난달 20일 인터넷에 공개 서신을 올려 시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서신에서 시 주석이 중동-아프리카 5개국 순방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순방 때 돈을 펑펑 뿌리지 말라”며 “중국에 학교 못 가고 노후 감당이 안되고 병마로 고통받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은데 해외 독재자들을 위해 펑펑 쓸 돈이 어디 있느냐”며 비판한 바 있다.

쑨 전 교수는 1934년 산둥 룽청(榮成)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투옥된 경험이 있고 1982년이후 산둥대 교수로 재직하다 1994년 퇴임했다.

그는 퇴임후 주로 중국의 인권과 외교정책과 관련해 글을 썼고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등 303명이 발표한 중국의 인권선언문격인 '08헌장'에 서명하기도 했다.

또 정치구호가 적힌 시 주석의 초상화 간판에 먹물을 끼얹은 후 구속된 중국 여성이 정신병원에 강제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미국 정부계 라디오 방송 RFA를 인용하며 구속된 여성의 아버지가 지난 1일 “딸이 이유 없이 정신과 병원에 수용돼 있다”며 집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아버지는 1일 아침 일찍 성명을 인터넷에 올린 후 딸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 면회를 요구하다 공공안전에 위해를 가한 혐의로 경찰당국에 구속됐다.
 

둥야오충의 시진핑 초상화 먹물투척.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캡처
둥야오충의 시진핑 초상화 먹물투척.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캡처


지난달 4일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둥야오충(董瑤瓊)이라는 29세 여성은 “시진핑의 독재적이고 전제적인 폭정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면서 시 주석의 사진에 먹물을 끼얹는 장면을 트위터로 중계했다. 이어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고 외치고는 자신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정신적 억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영상 말미에는 "시진핑, 여기서 나를 잡으러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둥젠바오는 “딸이 정신병자라는 걸 믿을 수 없다”며 면회와 모든 진료기록 열람을 허용하고 딸을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병원에 요구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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