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칼럼] 네오-글로벌리즘(neo-globalism)의 대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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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8.02 17:33:49
  • 최종수정 2018.08.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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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국가주의'? 웃기는 이야기...고립주의 아닌 새로운 종류의 '글로벌리즘'
PC좌파/리버럴의 사고방식에 따른 '위선적 완장질'하는 행태 깨뜨린 트럼프
민주당 글로벌리즘은 모든 나라/민족/문화가 ‘뒤틀린 합리성’에 굴복한 PC획일주의
반면 트럼프는 자유민주주의, 공정-세계시장, 진실존중을 핵심가치로 삼는 글로벌리즘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트럼프가 국가주의자(nationalist)라고?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가 트럼프의 국가주의를 증명한다고? 웃기는 이야기다. 이는 트럼프의 행태를 보면 안다. 미국 국내에서는 불법 이민 단속을 추진했고, 캐나다에 대해서는 “미국산 우유에 대한 부당한 관세를 철폐하라!’고 주장했다. 서유럽 맹방에 대해서는 “너희 유리한 공산품에는 관세를 낮게 하고 너희 불리한 농산품에는 고율 관세를 유지해온 기존의 게임 규칙을 고쳐라!”라고 윽박질렀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는, 한편으로는 중동을 안정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을 고립화시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핵무기를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내부 정변에 의해서든 혹은 예방전쟁 당해서든 CVID/FFVD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포식자적 행태(predatory behavior)를 뜯어고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적대성을 버리도록 본격적인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중 어느 것도 ‘미국 고립주의’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민주당이 떠들어 온 ‘글로벌리즘’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새로운 종류의 ‘글로벌리즘’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차분히 살펴 보자.

이번에 국정원장 서훈이 미국에 가서 남북교류 물고를 허락해 달라고 했다가 물먹었다. 그런데 같이 간 특보라는 인물의 이름이 박선원이다. 박선원은 급진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천안함 때 (결과적으론) 악성루머 부채질하는 소리를 떠들어서 법정까지 갔던 인물이다.

하필이면 그런 인물을 데리고 미국에 가나? 과거의 급진학생운동 전력이나 천안함 관련 발언이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근무를 마친 박선원은 미국 PC리버럴/좌파 씽크탱크인 브루킹스에서 연구원으로 지냈다. 한마디로 트럼프 행정부와 생사투를 벌이고 있는 '적대' 진영이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대접받았던 인물이다. 미국에 통사정하러 가면서 이런 인물을 데리고 간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 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식자층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다이내믹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와 코헨(Michael Cohen, 트럼프가 민간인이었을때 최측근 파트너)이 적대관계가 되어, 코헨이 비밀녹음 파일을 (트럼프 조지려고 혈안이 돼 있는 뮬러 특검 등) 정보당국에 제공했기에 트럼프가 망했다고 수근댄다. 또한 트럼프가 민간인이었던 시절 지근 거리에서 보좌한 흑인 여성 매니골트(Omarosa Manigault)가, 트럼프를 디스하는 책을 냈기에 트럼프가 개망신한다고 수근댄다.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다. 코헨이 제공한 것은, '트럼프 최측근이었을 때 호주머니에 아이폰 감추어서, 트럼프와의 대화를 녹음했던 파일'이다. 별별 이야기가 나와도, '밀고자'(rat, snitch)가 되고 만다. 미국인들 대부분이 엄청 경멸하는 짓이다. 자신의 파트너이자 보스의 말을 몰래 녹음한다? 한마디로 "생양아치 짓"으로 꼽힌다.

매니골트의 신간 서적? 그것은 트럼프의 'ㅈ 같은 성질머리'를 폭로했을 뿐,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트럼프의 장점 중 하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종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저 인간, 성질 ㅈ 같고, 황당한 짓을 하곤 한다"라는 것은 트럼프 반대자나 지지자들에게 특별히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는 '정치적 성자'(political saint) 혹은 '정치 사상가' (political thinker)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오지 않았다. 그는 '좀 귀여운 구석이 있는, 짓궂은 현실주의자요 속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따라서 코헨이나 매니골트의 폭로는 그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지 못 한다. 모든 사람이 "응, 트럼프는 '죄가 많은, 아주 많은 인간'(sinful, very sinful)이야"라고 생각하기에 "그거, 트럼프다운 짓이었군"이라 말하며 심드렁하게 넘기게 된다. 그의 '죄 많음'(sinfulness)이 그의 힘이다. ....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죄 많음을 감추려 하지 않았음'이 그의 힘이다.

그러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미국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이기에, 이 자타공인 '죄 많은 죄인'(sinful sinner)이 대통령이 되어, 나날이 지지기반을 확대 강화해 갈 수 있는 것일까? 지금 히스패닉과 흑인 층에서 트럼프 지지율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라는 한 인물을 넘어서서, 미국의 경제 호황을 넘어서서, 무엇인가 매우 근본적인 차원에서 거대한 변화물결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PC 글로벌리즘'(PC리버럴/좌파 담론을 이데올로기로 사용하는 글로벌리즘)의 쇠락이다. PC는 ‘정치적 정도’(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로서, “그건, 정치적으로 무도덕한 언행이야! 증오를 유발하고 분열을 촉발하는 언행이야!”라고 딱지를 붙이면서 ‘위선적 완장질’을 자행하는 행태다. 한마디로, 서유럽을 과보호 하고, 러시아를 쥐어 패고, 중국을 끼고 돌고, 국가/민족의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프로테스탄티즘(기독교)를 짓밟고, 동성애/양성애/트랜스(LGBT)를 띄우고, 불법 이민/난민을 부추기고, ..이 같은 PC좌파/리버럴의 사고방식과 프로그램이 이제 망해가기 시작했다.

이 PC좌파/리버럴이 얼마나 황당한지, 변소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 같은 곳에서는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없어져 왔다. 왜? '남성용', '여성용'이라 명시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심리적으론 여성인 자' 혹은 반대로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심리적으론 남성인 자' 혹은 '남성이었는데 여성으로 트랜스한 자' 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된 복도를 끼고 1인 화장실을 여러 칸 만들고, 화장실 칸칸마다 남녀 공용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유행돼 왔다. 소위 ‘모든 젠더 공용’(all gender) 화장실이다. 이때 ‘젠더’란, 생물학적 성(性, sex)과 구분되는, ‘심리 경향의 성(性)’을 뜻한다. 한마디로 생물학적 남성이라도 ‘심리적으로는’ 여성이면, 젠더-여성이라는 식이다. 이 같은 올-젠더 화장실이 'PC 글로벌리즘'의 행태다. 구역질나는 ‘뒤틀린 합리성’이다. “화장실의 남녀 전용 구분을 없애는 것이 인간 평등을 실현하는 합리적 방식이다”라는 따위의 ‘합리성’이다.

여기서 잠깐, 왜 미국 민주당/좌파의 글로벌리즘이 PC를 핵심 이데올로기로 사용하는지, 그 연관성을 잠시 살펴 보자. 민주당/좌파 글로벌리즘은 국가 사이의 특성과 특질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마디로 모든 국가, 민족, 문화를 동질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동질화를 위한 레시피’ 즉 ‘동질화를 위한 이념’이 필수적이다. PC는 바로 이 같은 ‘국가/민족/문화 사이의 획일적 동질화를 위한 최상의 이데올로기’ 역할을 해 왔다. 모든 나라/민족/문화가 ‘PC 방식의 뒤틀린 합리성’에 획일적으로 굴복하는 것—이것이 민주당 글로벌리즘의 핵심 정신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이 같은 PC글로벌리즘이 맹위를 떨칠까? 다시 화장실을 예로 들어 보자. 아마 이렇게 말하는 손님이 생겨날 게다.

"Don't you guys have any decent restroom exclusively for man or woman?" (야, 너흰, 남성전용 혹은 여성전용의 제대로 된 똥간 하나 없냐?)

이제 PC를 이데올로기로 삼는, PC글로벌리즘이 정리될 조짐이 보인다. 무도한 PC획일주의에 저항하는 문화가 강화될 조짐이 보인다. 이게 진짜 (좋은 의미에서) 무서운 일이다. '트럼프라 불리는 한 인간'을 훌쩍 뛰어넘은 근본적 변화다...

이 새로운 풍조를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아직 아무도 이 같은 새로운 글로벌리즘의 등장을 적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필자들은, 트럼프 현상을 ‘국가주의’라고 보고 있다. 일본 국가주의의 ‘미국 버전 파트너’쯤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트럼프 지지 지식층은 스스로를 ‘새로운 글로벌리즘’이라 제대로 규정하는 대신, ‘아메리카 퍼스트 국가주의’라는 대중적 피상적 오해를 방치하고 있다. 그 편이 표를 얻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서유럽 지식층은 단단히 PC글로벌리즘을 신봉하기에 트럼프 현상의 본질을 아직 제대로 간파하지 못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자신의 입장 때문에, 트럼프 현상을 ‘새로운 종류의 글로벌리즘’으로 내놓고 규정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필자가 이름 붙이게 됐다.

필자는 이를 '네오-글로벌리즘'(네오글롭, neo-globalism)이라 부르고 싶다. (핵심가치 글로벌리즘). 자유민주주의, 공정-세계시장, 진실존중을 신성한 핵심가치/원칙으로 삼되, 개별 국가/민족/종교의 전통가치/문화를 극도로 존중하는 글로벌리즘이다.

돌이켜보면 이는 유럽기준으로 70여년만의 방향전환이다. 원래 PC는 70여년전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서유럽의 ‘국가주의 광증’을 공격하는 것을 사명으로 탄생한 사조다. 월남전 무렵에 서유럽 PC가 미국으로 전이됐다. 한마디로 PC는 미국 기준으로 40여년 만의 방향전환이다. 나치즘, 파시즘과 같은 국가주의 광증에 대한 증오와 경계심이 그 본질인만큼 PC는 줄곧 리버럴의 무기였으며 좌파의 전유물이었다. 보다 정확하게는 리버럴 글로벌리즘, 좌파 글로벌리즘의 무기가 곧 PC이다.

그러나 리버럴 자체가 생명이 다했다. 리버럴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우드로 윌슨(1910년대)과 프랭클린 루스벨트(1930년대에서 1940년대 중반)의 업적을 우려 먹어 온, 기생충으로 살아왔다. 그들의 업적을 악용해서, 상대주의를 절대화했다. 그들의 행적을 악용해서 몰-가치, 무-원칙을 절대화해 했다.

이제 이 넉빠진, 타락한 리버럴이, 그 핵심 이데올로기인 PC글로벌리즘과 함께 죽어야 할 때가 됐다. 오리지날 고전 리버럴은 PC글로벌리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200년전의 영국 고전 리버럴은 지금 '버크-스타일 보수주의'(Burkean conservative)라 불리는 고귀한 사상의 원형이었다. 160년 전의 미국 리버럴은 지금 공화당 보수주의의 뿌리였다. (아브라함 링컨이, 공화당의 창당 주역 중의 한 명이고, 공화당이 배출한 첫 대통령이다!) PC글로벌리즘을 핵심 이데올로기호 사용하는 지금의 좌파/리버럴은 오리지날 리버럴의 이름과 명예를 짓밟은 찬탈자에 지나지 않는다.

40여년 전 좌파 리버럴로부터 보수주의로 전향한, 네오콘(neo-conservative)의 대부(god father) 어빙 크로스톨(Irving Kristol)은 이같은 취지로 말했다.

"네오콘이 뭐냐고? 사상이 아니야. 그냥 태도야. 삶에 대한 태도야. 좌파 리버럴로 살아 온 사람이, 현실의 찬물을 뒤집어쓰고 크게 엿먹은 다음에 정신 차리면 네오콘이 돼..."

이게 벌써 40여년 전의 이야기다. 그 이후, 지금으로부터 30년전인 1987년 경부터 약 7년에 걸쳐, 공산전체주의가, 북한 하나 빼고, 동구나 소련처럼 몽땅 망하거나, 혹은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변형된 공산당 일당독재'가 이끄는 국가자본주의로 변신했다. 또한 이 시기에 세계 시장체제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강화됐다. 또한 이 시기에 글로벌 실시간 소통체제(인터넷)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주요한 변화가 일어난 이후 지금까지 자유민주주의와 공정-세계시장, 그리고 글로벌 소통은 나날이 강화돼 왔다. 이제 “눈 먼 국가주의’가 등장해서 나치와 같은 광기를 부리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은 아무 근거가 없는, 피해망상이 돼 버렸다. 그러니 이 두려움을 이용해서 정치위선 완장질을 일삼아 온 PC는 죽을 때가 됐다. 그 뿐 아니다. 자유민주주의가 보편적 정치제도로서의 위상을 나날이 강화하고 있고, 공정-세계시장이 보편적 경제제도로서의 입지를 매순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공정-세계시장이라는 핵심 가치가 존중되는 한, 개개 나라/민족/문화가 자기 자신의 특성과 특질을 강화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게 없어졌다. 한마디로 다음과 같은 게임 규칙이 성립하게 됐다.

“자유민주주의, 공정-세계시장, 진실존중을 인류 공통의 게임규칙으로 떠받들어라! 이 핵심가치를 옹호하라! 나머지는? 각 나라, 민족, 문화의 전통적 가치와 특질을 최대한 지켜나가라! 핵심가치에 있어서는 ‘인류의 보편성’을, 서브-가치관에 있어서는 ‘국가/민족/문화의 특수성’을 지켜내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현상은, 새로운 글로벌리즘, 네오글로를 성립시키는, 지난 수십년 동안의 변화가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고 이를 이끄는 동력이기도 하다. 네오글로에 비하면 네오콘은 '새발의 피'이다. 그래서 ‘네오콘의 대부’라 불리는 어빙 크리스톨을 패러디 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오글롭(neo-glob)이 뭐냐고? 사상이 아니야. 그냥 태도야. 삶에 대한 태도지. 자유민주주의, 공정-세계시장, 진실존중을 삶의 원칙으로 맹렬히 옹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 원칙들이 지켜지는 한, 각 국가/민족/종교의 전통적 가치와 원칙을 북돋워 주자는 입장이야. 이거, 영성을 존중하는 맹렬하고 독립적인 개인들의 사고 방식이야... PC 좌파/리버럴로 살아온 사람이, 현실 속에서 PC 좌파/리버럴의 패악질을 보고 환멸하면 네오글롭이 되는 거야."

과연 네오글롭의 물결이 이번 트럼프 행정부를 통해 엄청 강화될지, 두고 보자. 북한 해방과 중국 길들이기는, 네오글롭의 물결이 '거스를 수 없는 다이내믹'을 획득하려 용틀임 치는 과정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관문이다.

박성현 객원 칼럼니스트(자유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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