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고용노동부의 '적폐청산위' 성격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개혁위)가 전교조 법외노조화 근거가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2항’을 폐기하라고 고용부에 권고하기로 했다. 이에 법외노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전교조를 합법화하는 우회로를 열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고용부 장관에게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 폐기'를 권고하기로 지난 6일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위는 오는 31일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의결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혁위가 문제 삼은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노조에 시정을 요구하고, 노조가 이를 30일 내에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개혁위 이병훈 위원장(중앙대 교수)은 "현행 노조법은 노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신고주의'가 원칙인데 사실상 '허가주의'로 운영돼 온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 역시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에서 "이 시행령은 노조법에 없는 내용으로, 노조 단결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13년 10월 고용부는 당시 전교조가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는 등 교원노조법을 위반하자 '규약을 고치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전교조가 응하지 않자 노동법 시행령에 따라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다. '비(非)근로자에게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노동조합법 규정을 어겼으며, 시행령 9조2항이 근거였다.

전교조측과 노동계에서는 이 시행령이 노조할 권리를 박탈하는 기본권 침해라고 지적하며 위법성을 지속 제기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뒤 곧바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합법 노조 요건을 갖추지 못한 노조에 대해 '노조가 아니다'라는 법적 지위를 확인해주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시행령은 노조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개혁위의 이번 권고안은 ‘전교조’ 문제를 따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고용부가 개혁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노조법 시행령을 폐기할 경우 전 정권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취소되며 전교조측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개혁위의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는 권고안은 이같은 사법부의 결론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나 노조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전교조 합법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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