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영 칼럼] 멈추어야 할 청와대로의 권력집중
[김인영 칼럼] 멈추어야 할 청와대로의 권력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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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출범 14개월...'대한민국에 꿈이 사라지고 있다'
청와대 '수보회의'에서 국정의 기본계획을 논의·결정...反헌법적·기형적 상황
권력의 독점 폐해 막기 위해 내각과 여당, 야당이 정책 논의 전면에 나서야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2개월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으니 14개월 반이 지났다. 1년 2개월이 넘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과거 정부와 달리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남북관계에 ‘대화를 통한 평화’를 가져온 ‘정부다운 정부’가 출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출범 1년 만에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웃음과 자부심을 잃어버렸고” “꿈이 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상승에 의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일자리를 가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라는 양대 노총의 노조원들에게는 환영이겠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 등 서민층에는 슬픔이고 또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최악의 실업률을 초래한 절망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에 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 주도의 정국운영

정치학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2개월의 특징을 보면 청와대 중심의 정국운영 또는 청와대로의 권력집중 현상을 지적할 수 있다. 사실 청와대로의 권력집중 현상은 과거에는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카리스마 때문에 나타났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경우는 대통령에 대한 높은 여론 지지도 때문에 만들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여론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보좌조직인 청와대 비서진이 대통령 공약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국정의 전면에 나서고 내각을 통솔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의 정국 주도로 정치·행정 모두에서 청와대만 보이고 여당과 행정부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특히 남북관계 및 외교는 청와대가 압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통일부와 외교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고 도리어 청와대를 뒤치다꺼리 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경제 부분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소득주도 성장 추진으로 경제 부총리의 역할이 위축되어 있고, 조국 민정수석의 헌법개정안 발표는 총리실과 법무부를 압도하고 있고 검·경 역할분담안 준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역할과 국회의 입법조차 패싱하고 있다.

따라서 국무회의가 아니라 청와대의 수석·보좌관회의(소위 ‘수보회의’)가 언론의 집중 보도의 대상이 된지 오래 되었다. 하지만 엄밀히 본다면 국무회의는 헌법기관이지만 대통령 비서실은 ‘정부조직법’ 상의 일개 기관일 뿐이다.

헌법 제87조⓶는 “국무위원은 국정에 관하여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서 국정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89조는 국무회의의 심의사항으로 ‘1. 국정의 기본계획과 정부의 일반정책, 2. 선전·강화 기타 중요한 대외정책, 3. 헌법개정안·국민투표안·조약안·법률안 및 대통령안, 4. 예산안·결산·국유재산처분의 기본계획·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 기타 재정에 관한 중요사항, 5. 대통령의 긴급명령·긴급재정경제처분 및 명령 또는 계엄과 그 해제, 6. 군사에 관한 중요사항“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이 국무회의 심의사항으로 ‘국정의 기본계획”을 제일 우선적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국정의 기본계획’이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논의되고 결정되고 있음은 기형적일 뿐 아니라 법치국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사실 상의 권력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에 관한 규정은 ‘정부조직법’ 제14조(대통령비서실)의 “⓵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하여 대통령비서실을 둔다. ② 대통령비서실에 실장 1명을 두되,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의 단 두 조항뿐이다. 이러한 ‘정부조직법’ 상의 기구가 헌법기관인 국무회의를 압도하는 현상은 반(反)헌법적이고 민주주의 실천에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언론과 방송이 국무회의는 제쳐두고 청와대 ‘수보회의’의 내용 및 분위기를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 현상도 시정되어야 한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은 법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헌법개정을 다룰 권한이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3일간에 걸쳐 헌법개정의 취지를 ‘대통령을 대신하여’ 브리핑 하는 행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견제나 비판은 없었다. 청와대가 압도적으로 국정을 주도하다보니 행정부의 견제도 여당의 견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언급한 헌법 제89조 3.은 대통령의 헌법개정안 발의 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의 ‘심의’는 없었고 국무회의 ’의결’만 있었다. 청와대 비서실에 의한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어려운 청와대 주도

청와대가 정국 운영을 주도하니 정책 실패가 생길 때마다 비난의 화살은 청와대로 향하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점차 낮아지는 현상이 매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고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여 ‘일자리 수석’까지 만들었지만 그 실적은 초라했다. 실적이 초라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경제시스템을 만들었기에 ‘최악의 실업율의 늪’, ‘최악의 청년실업’에 빠져있음은 세상이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 주도였으니 실패 인정도 변화도 어렵게 되었다.

때문에 실업과 소득불평등 심화의 문제를 전(前)정권의 책임으로 돌리고 또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원인으로 꺼냈다. 마치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자신의 게으름에서 찾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애초에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없었음을 전(前)정권에서도 전전(前前) 정권에서도 없었음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잠깐 ‘친(親)기업 정책’한다고 하다가 중반 이후에는 ‘공정사회’에 목을 매었고, 박근혜 정부는 시작부터 ‘경제민주화’에 몰두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정책인가? 도대체 ‘공정사회’와 ‘경제민주화’와 문재인 정부가 새로이 제시한 ‘포용적 성장’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모두 ‘낙수효과’가 아니라 ‘분수효과’로 경제성장을 가져가자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3일 ‘수보회의’에서 “정부는 경제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나 짧은 기간에 금방 효과가 나올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마치 단기간 경제에서의 실적은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리고 그 ‘기초 체력’이 경쟁을 통한 강화가 아니라 정부의 보조로 생기는 것 같이 새로운 경제이론을 주장하며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듯 보였다. 청와대의 독주가 정책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청와대의 고집으로 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역시 한국정치의 제일 큰 해결 과제인 청와대로의 권력 집중이라는 늪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론이 가능하지만 청와대 비서실이 아니라 총리와 내각을 활용해야 청와대로의 권력집중이라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고 또 헌법 정신과도 일치함을 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의 직무보좌에 한정해야

핵심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에 대한 ‘직무 보좌’에 그쳐야할 비서실이 ‘국정 운영’으로 비춰지는 일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의 독주를 문제 삼았던 정권인데 비서실의 독주가 재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검·경 역할분담안은 국회의 동의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므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도가 아니라 여당 및 야당과 사전 논의가 필요했던 부분이었다. 한마디로 대통령 공약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비서실이 나설 것이 아니라 내각의 동의와 국회의 협조를 우선해야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아니라 내각과 함께하는 국정운영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 본관으로 이전한다고까지 약속했다. 집무실의 물리적 이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서실 중심의 국정운영에서 내각과 그리고 여당·야당을 포함한 국회와 함께하는 국정 운영으로 바뀌는 것이 민주주의와 분권화에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난 1년 2개월의 국정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약속했던 청와대로의 권력집중 완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학자 그레고리 핸더슨(Gregory Henderson)은 자신의 책 『소용돌이의 한국정치』(Korea: the Politics of the Vortex, Harvard University Press, 1968)에서 조선시대 이후 현대까지 나타나고 있는 권력이 회오리치며 상승하고 중앙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소용돌이의 정치”라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로 권력이 회오리치며 집중되는 현상은 권위주의 정치문화의 대표적인 모습이고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로 가야할 입법 청원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몰리고 모든 일상의 민원이 청와대로 집중되는 현상은 정상적이지 않다. 입법은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의 영역이고, 자잘한 행정 처분까지 청와대에 몰린다면 청와대는 지금보다 몇 배나 커져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로의 질주라는 질곡에서 벗어나 민주적 정국 운영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비서실의 인력과 예산이 과거보다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커졌고 비서실 중심의 국정운영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보다 인구가 7배 가까이 많은 미국 백악관이 작년 말 377명의 인원이 비서실에 근무하는데 비하여 금년 1월 청와대 비서실은 486명을 넘어 서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영업 비서관’이 신설되었다. 청와대 내에서 ‘경제특보’와 ‘일자리 특보’의 업무가 겹치고 또 ‘정책수석’의 소득주도 성장 업무가 겹치는데 거기에 ‘자영업 비서관’이 또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깡그리 무시되었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모든 정부 결정의 최종 단계에 청와대가 포진해 있으므로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방향 전환이 불가능해진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청와대 중심 국정 논의를 내각과 여당, 그리고 야당과의 정책 논의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 독점’의 폐해를 막는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민주주의 장치를 작동시켜야 한다. 그래야 남은 집권 기간 동안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주적 정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민주적 정권’이 될 가능성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을 위한 방향 대전환을 기다린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現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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