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20일 영화 '허스토리' 관람...순직장병 영결식 시기 조율하던 시점
靑 22일 페북-트위터 통해 영화관람 공개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열연에 몰입했던 시간"
유가족 "영결식이 끝나기도 전에 영화관람소식을 알리는 것이 과연 진정한 예우인가"
영결식 찾은 靑비서관 쫓겨나...유가족 "조문기간 지나 뒤늦게 방문하는 것은 모욕"

5명의 장병 목숨을 앗아간 해병대 ‘마리온’ 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청와대측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0일 금요일 오후 영화 '허스토리'를 관람하고 청와대가 이를 순직장병 영결식 하루 전인 22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것과 관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은 마린온 헬기 사고현장 언론공개와 유가족들 기자회견, 사고조사위 구성과 관련 국방부와 해병대, 유가족들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영결식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청와대 페이스북 화면 캡처
청와대 페이스북 화면 캡처

당초 해병대 측은 19일 순직 장병들에 대한 영결식을 '비공개'로 치르고자 했으나, 유족 측은 비공개 영결식에 반대한 것은 물론 사고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며 갈등을 빚었다. 이후 해병대사령부와 유가족들이 다음날인 20일 오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23일 해병대장(葬)으로 영결식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측은 마찰이 지속될 동안 사고 현장은 물론 분향소나 영결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유족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발생 사흘째인 19일, 심승섭 신임 해군참모총장을 임명할 당시 순직 장병들에 애도를 표했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는 22일 페이스북에서 “김정숙 여사가 20일에 직원들을 위해 청와대 내에서 특별상영된 영화 '허스토리'를 함께 관람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해당 영화에 대해 “1992~1998년 6년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민규동 감독의 영화”라며 “김희애 김해숙 등 배우들의 열연에 몰입했던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숨진 박재우 상병의 고모인 박영미씨는 이 소식을 듣고 영결식장에서 “외국에선 한 장병의 생명도 헛되이 다루지 않는다”며 “5명이 숨졌는 데도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아내로서 김정숙 여사의 영화관람이 관연 적절한 처신인지 의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박영미 씨는 “이들의 죽음은 내 친구, 내 친지, 내 동료의 죽음”이라며 “영결식이 끝나기도 전에 트위터에 영화 관람 소식을 알리는 것이 과연 순직 장병들에 대한 진정한 예우인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23일 오전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유가족이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영결식을 찾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은 유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김 비서관의 방문에 대해 "공식적인 조문 일정은 전날로 끝났다"며 뒤늦게 방문한 청와대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이어 “조문기간이 지나 뒤늦게 영결식장을 방문한 것은 조문이 아니라 모욕”이라며 입구에서 김 비서관을 돌려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통해 해병대 헬기사고로 순직한 해병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순직자들에 대한 묵념 후 "오늘 마린온 헬기 사고 순직자들의 영결식이 있었다. 영결식에 우리가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다시 한 번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리고, 또 유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이와 관련해 "'애도를 표현했다'는 종이쪼가리 표현이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표시였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