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인터뷰서 문재인 정부 경제실패 지적···"방향 틀려 시간 갈수록 악화"
2009년 이명박 정부서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한 경제관료 중 한 사람으로 평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있다···소득주도성장 밀어붙이면 절망 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연합뉴스 제공)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다.  

윤 전 장관은 23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이 지금까지 해온 탈원전, 최저임금, 주 52시간 정책마다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 방향이 틀렸으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악화된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검증된 바 없고 말이 안 되는 이론이다. 현실을 비틀어 이론에 맞추려 하니 지금의 혼란이 나타는 것"이라며 "소득을 늘려서 성장이 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생겨야 소득이 느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것인데 그 임금을 누가 주나? 정부가 주는가? 그건 민간 기업이고 소상공인이다. 이번처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들고일어나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고 한 적이 지금껏 있었나"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인상하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한 것을 두고는 "경악스러운 발언이었다"고 일갈했다. "한노총과 민노총 등 대기업 노조원의 복지만 보이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국민으로 안 보이는 모양이다. 영세민들의 일자리가 다 날아간다.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는 정부재정을 집어넣고 가맹점 본사와 건물주를 때리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윤 전 장광은 "현 정부는 정책이 잘못됐거나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람을 바꾸거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 잘못을 시인할 줄 모른다. 지금 세계 경제성장률은 3.9%로 호황(好況)이다. 우리는 2.9%에 머물고 있다. 역대 가장 낮은 고용률과 높은 실업률이 무얼 말하는가. 그런데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니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하는 걸 보면 희망이 안 보인다. 아무리 지적해도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원전((原電) 건설에 앞장서 온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권이 바뀌자 탈원전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맞다고 느낀다며 경제관료 선배로서 현 정부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후배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있다. 국민 세금을 받는 공무원이 책상에 앉아 시장도 모르면서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 국가 자원을 낭비하고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데 선의라서 용납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정책은 진공(眞空) 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에 주어진 현실 환경에서 그 정책이 수용될 수 있을지 살펴야 하고 지킬 수 없는 법을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범법자를 양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참모들 간의 갈등 양상에 대해서 윤 전 장관은 "원래 일은 내각이 하고 청와대는 지원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됐다. 청와대에서 모든 걸 장악하고 각 부처는 있으나마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의 지배 구조'를 운운하는데, 대기업의 지배 구조를 탓하기 전에 현 정부의 지배 구조가 훨씬 더 문제가 있다"며 "청와대 조직이 너무 방대하다. 이번에 최저임금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자영업자·소상공인 담당 비서관 신설을 확정했다고 한다. 비서관만 만들면 해결되나. 청와대에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이 따로 있는데 이해가 안 된다. 일자리 없는 경제가 있나, 경제수석이 일자리 빼놓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재무부·재정경제원에서 은행과장, 금융정책과장, 세제실 심의관, 증권국장, 금융국장, 금융정책실 총괄심의관, 세제실장, 금융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그는 2008년 가을 몰아닥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성공적으로 극복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공직자로 평가받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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