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4‧10 총선 이전에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총선 직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부지사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등 온갖 꼼수로 재판을 지연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지난 5일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56차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2023년 6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서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5일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56차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2023년 6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서를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욱이 지난 2월 법관 인사로 배석판사 2명이 교체된 직후부터 이 전 부지사는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당시 도지사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도 “검찰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 송금을 보고했다’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잡아뗐다. 재판이 작년 7월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이화영, 지난해 진술을 전면 번복하면서 재판을 원점으로 되돌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26일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5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검찰 측의 두 번째 피고인 신문이 이어졌다.

이 전 부지사는 모든 혐의를 막무가내로 부인했다. 지난 5일 열린 56차 공판에서 검찰은 2023년 6월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서를 공개하며 "검사가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도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6일 이 전 부지사는 당시 진술서 내용에 대해 “검찰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재명 지사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했지, 허위사실을 이야기하라고 한 적이 있냐”고 물었지만, 이 전 부지사는 “그런 이야기는 들은 바는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2019년 5월 경기도에서 작성된 중국 출장 결과 보고서를 증거로 제시하며, ‘6월 중 이재명 도지사 방북 추진 요청’ 등이 적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그건 실무자들이 상투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기억하기론 당시 신모 국장(당시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방북 요청을 하겠다고 해서 해보라고 한 건 있다”고 했다.

자신이 전결한 문서도 "모르겠다"며 잡아떼

뿐만 아니라 이 전 부지사는 자신이 전결(專決)한 문서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를 대표로 하는 대표단에 대한 방북을 북한에 요청한 공문을 제시하며, “‘도지사 방북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하자, 이 전 부지사는 “지사가 가면 좋은 거고, 불가능하면 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하며 말을 바꿨다.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되어 있다는 각종 증거와 사실관계에 대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루되어 있다는 각종 증거와 사실관계에 대해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오히려 공문을 제시하는 검찰을 향해 “방북 초청 공문을 북한에 보낸 적이 있냐” “북한에 갔는지 확인했냐”며 “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 공문은 이 전 부지사가 전결(專決)한 것으로, 경기도지사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검찰은 “전결한 건데 모르겠냐”며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신 차려라”고 고함쳤던 부인 백 모씨, “멋있었다”고 엄지척

완전히 오리발을 내미는 이 전 부지사의 태도에 검찰은 고개를 젓거나,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권 출신인 그의 아내 백 모씨는 퇴정하는 남편에게 다가가 엄지를 치켜들며 “멋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졌을 때는 법정에서 남편을 향해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쳤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9일 열린 58차 공판에서도 모든 사실관계를 다 부인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방용철 전 부회장과 관련된 진술도 모두 부인하며 “방용철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잡아떼자, 방 부회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크게 웃기도 했다.

19일 공판에서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검찰과 변호인 측의 피고인 신문 절차는 29일 열리는 60차 공판에서 마무리될 예정이고, 다음달 2일 검찰 구형과 피고인 측의 최후 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전 부지사의 1심 재판은 지난 2022년 10월 시작돼 18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화영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법관 정기 인사 전에 1심 선고 불가해져

당초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2월 법관 정기 인사 이동 전에 1심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는 유임됐지만, 배석판사 2명이 교체될 경우 ‘공판 갱신 절차’가 길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공판 갱신 절차는 재판부가 바뀔 때 이미 진행된 재판 과정을 다시 살피는 과정으로, 통상 법정에서 증인들의 진술 녹음 파일을 전부 재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식으로 이 전 부지사 측이 공판 갱신 절차를 밟게 되면 50여 차례 진행된 재판의 증인신문 녹취파일 등을 법정에서 그대로 재생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0개월 이상이 더 걸린다.

지난해 10월 이 전 부지사는 1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법관 정기 인사 전에 1심 선고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재판 지연' 목적으로 풀이됐다.  법조계에서는 법관 기피 신청의 궁극적 목적이 ‘4‧10 총선 전에 1심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해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오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지난해 10월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사진=TV조선 캡처]
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과 관련해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오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는 지난해 10월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사진=TV조선 캡처]

재판부 인사이동 등의 이유로 한달 만인 지난달 27일 열린 55차 공판에서도 이 전 부지사 측은 ‘공판 갱신 절차 진행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해, 10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간이 절차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피고인이 생각할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시간을 많이 드릴 수 없다”며 “저번 기일로부터 4주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정리가 안 된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이 부분(공판 갱신 절차)때문에 재판이 불필요하게 지연되는 건 안 된다”고 했다.

1심 선고는 총선 이후로...이화영은 2027년 대선 바라보며 ‘불이익’ 감수할 태세

결국 철저하게 재판부를 농락한 이 전 부지사의 계략에 따라, 1심 선고는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뿐만 아니라 이 전 부지사는 모든 사실관계와 증거를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지사의 이런 태도가 재판부의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가 ‘불리한 판결을 감수하고 2027년 대선을 기대하며 견디기로 결심한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월 공천 국면까지는 민주당에 불리했던 총선 판세가 지금은 반전된 것으로 이 전 부지사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범죄자들의 재판 지연 전략과 모르쇠 전략에 속절없이 당한 사법부가 이 전 부지사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4월 2일 재판부의 결심 이후 통상 선고까지는 1개월 보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불법대북송금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총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됐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과 위증교사 혐의 재판도 총선 이후로 기일이 잡혀 있다. 여기에 대북송금 의혹 역시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가 5월로 예정됨에 따라, 이 대표는 아무 부담없이 공식 선거운동 유세에 나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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