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2천명 증원’이 확정되면서 비수도권을 겨냥한 ‘의대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수학 3등급도 의대 입학이 가능하다는 대입 전문가의 전망이 제기되면서 상위권 대입수험생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의대 입시를 문의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의 문의가 벌써 쇄도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종로학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4.2.7.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의대 입시를 문의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의 문의가 벌써 쇄도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종로학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입시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4.2.7.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SKY 이공계 인재와 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문이 넓어진 의대 입학을 노리는 ‘인재 대이동’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고교를 졸업한 이공계 인재 등은 지방 의대 ‘지역인재전형’으로 대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수학 3등급 의대 입학’ 가능성 제기...“SKY 이공계 인재 등 이탈할 듯”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 22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수학 3등급 의대 입학’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임 대표는 “서울 수도권에서 수학 1등급이 의대 모집 정원 대비 6배‧ 7배 많았고, 지방권도 약 2배 정도 많았는데, 이번에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되면서 수학 1등급 학생들이 모집 정원보다 모자란다”고 밝혔다.

임 대표에 따르면, 수학 1등급 숫자와 의대 모집 정원이 역전된 것은 초유의 사태이다. 지방 의대의 경우 이제 의대 입학은 수학 1등급이 아니라 2등급 학생 간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지어 3등급 학생이 의대에 합격하는 사례도 예상된다는 이야기이다.

임 대표는 “모집 정원 확대로 2등급대 학생들도 잘하면 들어갈 수 있지 않겠나하는 기대 심리가 작동돼 상위권 이공계를 준비했던 학생들, 상위권 대학 이공계 재학생, 문과 상위권 학교 재학생 등이 의대 진학을 노리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인문계 나와서 직장 10년차인 분들을 포함한 30대 후반 직장인들까지도 문의가 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 이공계가 마음먹고 (의대로) 옮겨간다면 그 빈 구멍이 생기고, 이공계 합격 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면서 “최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상위권, 중위권, 중하위권 등 고등학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비수도권 의대 비중 66%에서 73%로 늘어...수시의 지역인재전형 비중 80% 넘길 듯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발표하면서 늘어난 2천명의 82%(27개 대학 1천639명 증원)를 비수도권에, 경기·인천 등 수도권 5개 의대에 나머지 18%를 각각 배정했다. 서울 지역 의대 8곳의 증원은 0명이다. 이 같은 비수도권 중심 증원은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이다.

올해 현재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천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 3천58명의 66.2% 수준이다. 내년부터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3천662명으로 늘어나 전국 의대 정원 5천 58명의 72.4%가 된다.

더욱이 정부는 지역인재전형 비중을 기존의 40%에서 60%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시모집의 경우 지역인재 선발인원이 80%를 넘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렇게 되면 수시모집 지역인재 선발인원은 1천758명에 달할 것으로 종로학원 측은 분석하고 있다.

2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천명 증원 이전 기준으로 2025학년도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 선발 규모는 1천71명이었다. 이는 비수도권 의대 전체 정원의 52.9%였다. 또 지역인재전형 1천71명 중 79.4%인 850명은 수시모집 선발 예정이었다.

정원이 급증한 비수도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의 수시모집비율은 80% 이상에 달할 전망이다. 비수도권 고3 수학 1등급 인원이 의대 전체 모집인원의 9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 비중이 큰 정시모집에서 지역인재를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종로학원의 예상이다.

비수도권 의대들이 정시모집에서는 전국 단위를 적용 서울 등 수도권의 최상위권을 선발하고, 비수도권 우수 학생들은 수시모집 지역인재전형으로 뽑게 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 수학 1등급 숫자가 지역 의대 정원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 예상돼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의 수능 수학 1등급 숫자가 비수도권 의대 정원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속출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의대증원 2천명을 배분하기 전인 지난 17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수능 수학 1등급 데이터에 따르면, 수도권 고3 중 수학 1등급을 받은 인원은 6277명으로 수도권 지역 12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제외) 정원 993명의 6.3배에 달한다. 경기·인천권 수학 1등급 고3은 2993명으로, 경인권 3개 의대 정원(129명)의 23.2배이다.

비수도권 수학 1등급 고3은 3346명으로 비수도권 27개 의대 정원(2023명)의 1.7배 수준에 그쳤다. 강원은 수능 1등급 고3은 97명에 불과했다. 강원지역 내 4개 의대 모집 정원은 267명의 0.4배 이하이다. 호남권은 1.5배, 충청권은 1.8배, 부산·울산·경남은 2배, 대구·경북은 2.2배, 제주는 2.4배 등이다.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1천639명 증원했기 때문에 비수도권의 수학 1등급 배수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은 물론이고 호남권과 충청권의 수학 1등급 숫자도 지역내 의대 모집정원보다 적을 공산이 높다.

비수도권 수학 1등급 고3 숫자는 지역 의대 정원의 91%에 그쳐

2023학년도 입시에서 비수도권의 고3 학생 수학 1등급 수는 3천 346명이다. 그런데 비수도권 전체 의대 정원은 기존 2천 23명에서 3천 662명이 됐다. 비수도권 수학 1등급 고3 학생수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91%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지역인재비중을 60% 이상으로 늘린다면 일부 비수도권 의대의 경우 수학2등급 간의 경쟁 양상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수도권 의대의 경쟁률 완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학생, 학부모 그리고 입시업계가 주목하는 포인트이다. 현재는 해당지역 고교 졸업자면 지역인재전형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는 2028학년부터는 지역인재전형 지원을 위한 재학 기간 조건이 ‘중·고교 6년’으로 길어진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지방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노린 수도권의 우수학생들이 ‘지방 조기유학’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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