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中대사관 정문 앞 집회 금지 통고 취소 소송
경찰, 집회 금지 사유로 "대사관 관계자가 경찰서장에게 대사관 경비 강화 요청했다" 주장
펜앤드마이크 확인 결과 경찰서 출입기록도 CCTV 영상도 경찰서장 면담일지나 면담 보고서도 없어

집회 금지와 관련한 법정 다툼에서 주한 중국대사관 측 관계자가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동(同) 대사관의 경비 강화를 요구했다는 경찰 측이 주장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측이 법정에서 허위 사실을 주장했거나 청사보안지침을 허술하게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대문경찰서. [사진=연합뉴스]

21일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주한 중국대사관 정문 경계 10미터(m) 앞에서 개최가 예정된 ‘공자학원 완전 철구 촉구’ 집회에 대한 금지 통고 처분 취소를 구하는 재판에서 피고인 서울 남대문경찰서 측은 그 답변서에서 해당 집회를 금지한 사유와 관련해 주한 중국대사관 측 관계자가 동 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서장에게 ‘대사관 경비 강화’를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 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대사관 관계자가 경찰서를 방문한 시점을 2023년 8월에서 동년(同年) 9월 사이로 특정했으나, 그 사실관계를 입증할 방문자 기록 내지는 폐쇄회로(CC)TV 영상, 경찰서장 면담 일지 내지 면담 보고서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펜앤드마이크가 확보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청사 출입 보안 지침은 “청사를 방문하고자 하는 외부인은 사전(事前)에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방문 신청을 하여야 한다. 다만 사전에 신청하지 못한 방문자는 출입 당일 안내실에서 방문신청서를 작성·제출하여 방문 신청을 할 수 있다”(제14조 제1항)고 정하고 있다. 즉, 누구든지 경찰서를 방문하고자 하는 이는 자신의 신원(身元)과 방문 목적 등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같은 지침은 “청사 출입 시 수집하는 출입기록 정보는 최초 수집일로부터 3년간 보유하고, 보유기간이 경과된 개인정보는 경찰청 기록물평가심의회(記錄物評價審議會)의 심의를 거쳐 폐기하여야 한다”(제24조 제3항)고 정하고 있어, 만일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가 지난해 8월에서 9월 사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한 사실이 있다면 그 출입기록 정보가 아직 남아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 원고는 “주한 중국대사관 측 관계자가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해당 경찰서 서장에게 대사관의 경비 강화를 구두상 요청했다는 경찰 측 주장은 허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문서는 공문서이고, 그 공문서에서 허위사실이 확인된 이상, 문제의 답변서 작성에 참여한 서울 남대문경찰서 및 서울특별시경찰청 관계자 전원이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를 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사진=펜앤드마이크DB]
주한 중국대사관. [사진=펜앤드마이크DB]

한편, 주한 일본대사관은 지난 2021년 12월 동 대사관 명의 〈구상서〉(口上書)를 통해 우리 외교부와 경찰에 대해 대사관 인근에서 반복해서 개최되고 있는 집회·시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껏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서울 종로경찰서는 2022년 12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선언을 규탄한다며 미신고 불법집회를 개최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는 좌파 시민단체들의 행위가 단순 기자회견에 해당한다며 입건된 이들에게 ‘혐의 없음’ 결정을 하기도 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의 집회·시위는 방치하면서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집회는 금지하는 경찰의 모순적 태도에 대해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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