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신인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에게 패했다. 전날인 18일 호남 지역을 찾아 권리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19일 오전에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있는 봉하마을을 찾아 경선 의지를 다졌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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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결과가 발표된 뒤 "영화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재명, ‘0점 맞은 분’이라고 박용진을 조롱?....‘박용진도 걱정하지 않는 공정 공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아

앞서 박 의원은 현역평가 하위 10%에게 적용되는 감산 30% 페널티에도 불구하고 1차 경선에서 살아남았지만, 결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조수진 이사에게 두 번째 경선 패배를 맛본 셈이다. 더욱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강북을 전략 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박용진 의원이 조수진 이사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상세 내역을 공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표가 박 의원을 조롱했다는 평가가 나돌았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대표 경선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당운영을 위해서 우리 박용진 후보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거짓말임이 드러난 것이다. 자신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대부분 이번 공천에서 배제했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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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과 관련해 이 대표는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며, 정치인들끼리는 비판할 수 있다고 감쌌다. 양 후보와 박 의원에 대한 이 대표의 잣대가 이중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이 대표는 당대표 경선과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박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현역의원 하위 평가’ 결과가 논란을 빚자, "동료의원들의 평가,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며, 박용진 의원을 겨냥해 "여러분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분이시기도 한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이 발언도 조롱을 담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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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치욕= 하위 10% 감산 안해도 조수진 69.93%, 박용진 30.08%라고 공개

이 대표는 19일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북을 결과가 궁금하시죠?”라며 먼저 얘기를 꺼냈다. 박 의원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제가 차를 타고 오면서 보고받았는데 가산 감산 없이 해당 지역의 권리 당원들은 53%인가가 투표를 했는데 조수진 후보가 훨씬 많이 이겼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의 발표에 따르면 강북을 권리당원 투표는 조수진 후보가 53.76%, 박용진 후보가 46.25%였다. 그리고 전국 권리당원 투표는 박용진 후보가 23.15%이고, 조수진 후보가 76.86%였다. 가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박 후보가 30.08%, 조 후보가 69.93%였다. 가감산을 반영하면 19.4대 80.6으로, 조수진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 대표의 발표에 지지자들이 “와~”라고 환호하자, 이 대표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왜 와~ 하세요?. 진 사람도 있는데”라며 조롱했다. 박 후보로서는 치욕적인 상황에 노출된 셈이다. 하위 10% 감산만 없으면 자신이 승리할 것처럼 처신했으나 결과는 딴판이라는 사실이 이 대표의 의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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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해당 지역의 권리당원 전국의 권리당원들이 투표한 결과 가감산 없이 압도적인 차이로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냅시다”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당대표가 해당 지역도 아닌 다른 지역에서 강성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당당하게 경선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일 채널A에 출연한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당대표가 공관위원장이 발표하는 그런 프로토콜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발표하는 모습은 초당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에게는 프라이버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고, 또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면 ‘공관위가 발표하겠습니다만 결과는 조 후보가 이겼다’ 그런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대표의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행자는 “마치 저 장면만 보면 이 대표의 정적이 제거된 듯한 그런 느낌으로도 오해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박용진이 겪은 9번의 수난, 이재명의 치밀한 준비를 반증해?

이에 대해 송영훈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박용진 의원을 구증구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증구포란 약재를 만들 때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리는 것으로, 박 의원이 아홉 번에 걸쳐 수난을 당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만큼 이 대표가 박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송 대변인에 따르면, 첫 번째는 지난해 11월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 감산 폭을 20%에서 30%로 늘렸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박 의원은 실제로 하위 10%가 됐다. 세 번째로는 박 의원이 그 평가에 대해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네 번째는 박용진 의원 지역구를 3인 경선 지역구로 하면서, 처음으로 결선이 있는 지역구로 지정했다. 다섯 번째는 박용진 의원에게 1차 투표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여섯 번째는 정봉주 전 후보의 공천이 취소됐는데, 2등인 박용진 의원에게 승계를 시켜주지 않았다. 일곱 번째는 조수진 후보와 전략 경선하는 과정에서 박용진 의원에게 30% 감산을 그대로 적용했다. 여덟 번째는 그걸로도 모자라서 강북을 권리당원 외에 전국 권리당원의 70%를 반영해 패배를 안겼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직접 득표율을 상세하게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박 의원을 망신준 것이다. 박 의원 요구대로 하위 10% 감산을 적용하지 않아도 조수진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송 대변인은 “이것이 박용진 의원이 당한 구증구포”라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에게 맞섰던 반대자나 비판자에게는 이렇게 가혹하게 탄압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다수당이 돼서 권력을 장악하고 국정 운영을 하게 됐을 때, 과연 이재명 대표에게 비판하고 반대하는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점이 염려되기 때문에 우리가 박용진 의원 얘기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용진, 노무현이 걸었던 ‘바보의 길’ 뒤따르겠다고?

[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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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조수진 후보와의 경선에 질 것’을 뻔히 알고도 도전을 함으로써, 이재명 대표의 비웃음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강북을을 전략 지역구로 선정해 박 의원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열고 전략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하자,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절차와 원칙을 지키는 정치야말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첩경”이라며 “바보스러울지라도 그런 내 원칙에 따라 경선에도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19일 오전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참배 직후 취재진과 만나 1990년 노 전 대통령이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을 반대했던 당시에 빗대며 “노무현 대통령하고 똑같은 마음이다. 바보의 길, 바보 정치인의 길 저도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박 의원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의 관측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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