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한미군사훈련 중단 가능성
韓 핵무장에도 신경쓰지 않을 것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마련한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한미 관계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차 석좌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 6자회담 부대표 등을 지냈다. 

차 석좌는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트럼프 재집권시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의 생각은 늘 똑같았다.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고,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그들을 방어해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트럼프는 미군 주둔이나 한미 연합 훈련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생각하고, 이런 그의 생각을 바꾸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아마도 '김정은과 문제를 해결했는데 왜 한국에 미군이 필요하냐'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주한 미군 철수나 한미 군사 훈련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특히 차 석좌는 "한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구축하길 원한다면 그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한국이 핵무장하길 원한다면 역시 그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은 사상 최대 규모인 445억달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차 석좌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 달러이기 때문에 한국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미국과 무역 흑자를 내는 나라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구축,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구축, 캠프데이비드(한미일 정상회의) 등의 면에서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온다면 매우 달라질 것"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서 미국을 탈퇴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 간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 사이에 관심사는 비슷하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골프를 좋아하고 윤 대통령은 요리를 좋아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를 키우지 않고 윤 대통령 부부는 개를 많이 키운다"며 "그런데도 두 사람 모두 성격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잘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 석좌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종신집권에 대해서도 한국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는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과 러시아 관계에 다른 어떤 것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냉전 시대엔 소련이 북한을 도왔고 북한은 그저 소련에 연료나 군사 기술을 구걸하는 쪽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차 석좌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포탄 전쟁인데 북한은 러시아에 약 300만발의 포탄, 즉 러시아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국과 한국에 안 좋은 상황은, 이 포탄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식량, 연료 외에 무엇을 주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위성 기술이나 핵잠수함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같은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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