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6일 시사평론가인 진중권 광운대 교수의 ‘왜곡 발언’에 의해 ‘인격 살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김 전 위원은 "진중권 선생으로부터 시작된 왜곡 발언은 가짜뉴스로 일파만파 퍼졌다"며 "제 인격은 산산조각 났고, 저의 60 평생은 송두리째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행(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1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행(왼쪽)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과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1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 전 위원과 진 교수는 전날인 1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패널로 나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과 관련해 김 전 위원이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후속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김 전 위원이 이처럼 진 교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것일까?

언론보도, 김행과 진중권의 논쟁에 대해 기계적 중립 취해...올바른 가치판단 안 되면 흑색선전이 통용되는 사회로 전락

이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중립적이다. ‘진중권‧김행 방송 중 고성다툼…급기야 마이크 껐다(조선일보)’, ‘김행·진중권, 라디오방송 중 거친 언쟁…잠시 마이크 꺼지기도(연합뉴스)’, ‘고소 엄포까지 나온 김행·진중권 설전, 결국 라디오 마이크 꺼졌다(한겨레)’ 등의 제목을 달았다. 요지는 두 사람이 생방송을 잠깐 중단시킬 정도로 격한 논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격한 다툼이 발생했으면 둘 중 어느 한 사람이 문제가 있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언론이 기계적 중립에 매달릴 경우, 독자들로서는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펜앤드마이크가 문제의 논쟁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진 교수가 김 전 위원의 발언을 왜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왜곡이 실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는 모호하다. 분명한 것은 진 교수가 끝까지 발언 당사자인 김 전 위원의 설명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관련 기사 댓글에도 진 교수를 비판하고 김 전 위원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자신이 진 교수의 팬이지만 이번만큼은 진 교수가 잘못했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김행과 진중권 간의 격한 말싸움 정도로 정리된다면, 의도적인 발언 왜곡을 통한 흑색선전이 검증되지 않은 채 통용되는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행= ‘강간 피해자의 불가피한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용’ 주장했는데 진중권이 ‘강간 피해자 출산 권장’으로 왜곡해

김행 전 위원은 15일 오후 방송된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자신이 최근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을 신청한 게 개인 명예 회복이 아닌 가짜뉴스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위원은 과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 직전 진 교수가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여자가 여가부 장관 후보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며 "제가 정확히 '강간을 당했어도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은 "내가 한 번도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진 선생님이 (과거에) 나를 그걸로 엄청 공격을 했다"고 추궁했다.

김 전 위원은 "나는 강간당했어도 애를 낳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얘기하는 정신 빠진 여자가 어디 있느냐"면서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를 얘기한 거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아이는 국가가, 사회가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진중권= “그 말이 그말 아니냐.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본인 표현이 잘못”

그러나 진 교수는 "그 말이 그 말 아니냐"며 "강간당한 여인이 왜 애를 낳냐, 낙태를 금지한 나라에서도 그런 경우(강간)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한다. 강간당한 여성이 아이를 낳는 상황 자체를 상정한다는 게 그렇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진 교수는 "그렇게 해서 낳는 여인이 정말로 자기가 애를 낳고 싶어서 낳은 것처럼 들린다. 그런 가능성을 가져다 상정하면 안 된다"며 "이런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본다.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본인 표현에 잘못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 전 위원은 자신이 과거에 “강간을 당했어도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받아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었는데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진 교수가 왜곡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강간 피해자의 불가피한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용’과 ‘강간 피해자에 대한 출산 권장’은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반박이다. 즉 ‘강간당한 후 불가피한 출산’은 사회가 관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강간 피해자도 출산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 교수가 왜곡시켰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진 교수는 두 가지 종류의 출산을 구별할 수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받아들였다면”이라고 언급해 다수 국민이 진 교수처럼 인식했다는 주장을 폈다. 물론 ‘수많은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의견이라는 주장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김 전 위원은 "그게 어떻게 같냐"고 했고, 진 교수 역시 이를 재반박하면서 두 사람은 거친 논쟁을 이어갔다. 감정이 격앙된 김 전 후보자는 "총선 끝나고 고소할 리스트에 진 선생님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고, 진 교수는 "하세요"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진행자가 "마이크를 꺼달라"고 요청, 잠시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 전 위원과 진 교수는 진행자의 요청에 따라 시청자에게 사과를 했다. 두 사람 모두 같은 비중으로 잘못을 한 것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김행, 2012년 9월 17일 자신의 발언 내용을 16일 공개...진중권, 추가반박이나 사과 없어

하지만 누구의 주장이 사실에 더 가까운지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김 전 위원은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5일 CBS 방송 설전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문제가 됐던 2012년 9월17일 김형환의 시사인권 토크 발언 영상을 소개했다. 이 영상에서 김 전 위원은 "강간을 당한 경우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적에’ 사회적, 경제적 지원 이전에 우리 모두가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톨러런스(관용)가 있으면 여자가 얼마든지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자가 아이를 낳았을 때'라고 분명히 발언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교수가 여성가족부 장관 인사 청문회 직전에 “강간당한 여성도 애를 출산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왜곡시켜 자신을 공격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진 교수의 이 같은 발언 왜곡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진 교수는 이 같은 김 전 위원의 보도자료 내용에 대해서 추가 반박을 하지 않았다. 물론 사과도 없었다.

관련 보도 댓글들, 진중권 비판하면서 김행 주장에 공감 표명

관련 보도에 달린 댓글들은 이례적으로 진 교수를 비판하면서 김 전 위원의 주장에 공감을 표명했다.

“강간을 당했어도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사회에서 관용적으로 받아줘야 된다 >>강간당해도 애를 낳아야 된다 - 앞의 말과 뒤의 말은 전혀 내용이 다르다. 진중권은 우기면 이기는 줄 아는 모양이네”, “ 도대체, 어떤 수많은 사람들이 진중권과 같이 받아들였다는 건가?”, “김행이 맞는 말 했는데 단어만 쏙 뽑아서 또 조작 선동했네ㅋ”, “강간을 당해 애를 낳았다면 그 아이를 사회가 품어줘야한다는 말과 강간당해도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이번 일은 진중권씨가 사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등등이었다. 진 교수 주장이 맞다는 댓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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