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정봉주, 與도태우·장예찬 줄줄이 낙마...과거 발언이 족쇄돼
SNS·온라인 플랫폼이 '실록' 역할...일각에선 글삭제, 계정 폐쇄도

이른바 '막말 리스크'로 공천에서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 도태우 변호사, 장예찬 후보.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막말 리스크'로 공천에서 낙마한 정봉주 전 의원, 도태우 변호사, 장예찬 후보. [사진=연합뉴스]

 

오는 4월 총선에 최종 공천됐던 후보들 중 과거 자신의 막말이 족쇄가 돼 공천 취소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현상은 여야를 막론하고 일어나고 있어 일각에서는 후보 최대의 경쟁자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과거의 나'란 지적이 나온다.

야당에서 낙마의 포문을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 강북을 후보로 공천됐던 정봉주 전 의원. 그는 지난 2017년 6월 14일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DMZ(비무장지대)에는 멋진 것이 있잖아요. 발목지뢰. DMZ에 들어가고 경품을 내는거야"라며 "발목지뢰 밟는 사람들에게 목발 하나씩 주는거야"라는 말을 한 것이 확인돼 이른바 '목함 경품'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를 재발견한 것은 펜앤드마이크의 선우윤호 기자였다.

정 전 의원은 이 말을 웃음을 터뜨리면서 한 것이 확인돼 비난의 대상이 됐다. 지난 2015년 8월 DMZ에서 수색작전 중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우리 군 용사를 모욕한 것으로까지 간주돼 사퇴하라는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 부상 용사들에게 사과했다고 주장했지만, 용사들은 "연락받거나 사과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용사인 하재헌 하사(육군 제1보병사단)와 김정원 하사는 한결같이 정 전 의원의 사과는 없었다고 지적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4일 "당시 사고를 당한 김정원 상사와 하재헌 전 하사의 연락처는 구하지 못해 직접 사과하지는 못했다"며 "어제 2017년 발언이 보도돼 당시에 드렸던 사과와 재차 제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의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두분의 피해 용사께 직접 사과한 듯한 표현으로 다시 심려를 끼쳤다"면서 "다시 한번 두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이 정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함에 따라 그의 사과는 '만시지탄'으로 끝나게 됐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이재명 당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던 것.

여당 역시도 '막말 리스크'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우선 대구 중·남구 지역구에 공천됐던 도태우 변호사가 과거 5·18 관련 발언을 하던 중 문제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도 변호사는 지난 2018년 '5·18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국가 좀먹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신화화에 도전한다'란 제목의 유튜브 방송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개입설'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알려졌다. 또 2016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도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5·18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2019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발족을 맞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의 왜곡 방송,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활동 등 북한의 개입 시도에 대해 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란 말을 덧붙였다.

이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11일 그에 대한 공천 재검토를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최종적으로 공천이 취소됐다. 그는 현재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16일엔 부산 수영구에 공천됐던 장예찬 후보가 과거 그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여러 발언 중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난교를 즐겨도 맡은 직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보이면 존경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동물병원을 폭파하고 싶다" "(서울시민의)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등이었다.

이에 대해 장 후보는 12일, 14일, 15일 3차례나 사과하며 여론을 누그러뜨리려 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이미 15일에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무기한 연기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장 후보의 공천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실제로 공천 재검토 작업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막말 리스크'가 대두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상에 과거 모든 기록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 전 의원의 경우에는 자신의 SNS에 해당 영상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도 후보의 경우에는 유튜브, 장 후보의 경우엔 페이스북에 과거 발언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들이 일종의 '실록' 역할을 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다른 후보들의 경우에도 '막말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단 분석이 나온다. 만일 공천 받기 전 SNS등 온라인 플랫폼에 사회·정치적 발언을 남겼을 경우 '경보'가 켜졌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상대 진영이 보기에, 또는 중도적 시각에서 보기에는 문제의 소지가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양당 모두에서 공천이 확정된 후보나 비례로 출마한 인사들에게 'SNS 자체검열'령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SNS에 남긴 글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계정 자체를 닫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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