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제 욕도 많이 하시라"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제지하면 안돼"

 1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울산종합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에 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울산 동구 동울산종합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차에 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며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공천 철회 요구를 16일 사실상 일축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하남시 신장시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라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했다고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저에 대해 온갖 험악한 언행으로 당내 언사가 많지만 제지하면 끝이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며 "제 욕 많이 하시라. 뭐라고 안 한다. 우리는 막 물어뜯겨도 된다. 물어뜯는 것도 재미 아니냐. 안 보는 데서는 임금 욕도 한다"고 했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 제목의 칼럼에서 "노무현씨에 대해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 불량품" 등이라고 썼다. 

또 "환경의 구조적인 측면을 작살을 내놓고 환경운동을 쓰레기 치우는 일로 등치시켜 낙향한 대통령으로서의 우아함을 즐기는 노무현 씨에 대해서 참으로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노무현 씨를 향해 '구관이 명관' 운운하는 거 자체가 한국 사회의 수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봉하마을에서 환경운동 한답시고 마을 청소하러 다니는 노무현씨에 대해서 '찬양'하는 일부의 기억상실증 환자들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깝고"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를 비하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대표의 양 후보 감싸기는 국민의힘이 막말 논란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과 대비돼 주목을 받았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이날 부산수영 지역 경선을 통과한 장예찬 예비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하고 재추천 절차를 밟기로 했다. 장 예비후보의 낙마 사유는 이른바 'SNS 막말'이다. 장 예비후보는 약 10여년 전 SNS에 '난교', '동물병원 폭파'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양 후보의 과거 발언이 알려지자,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발언을 통해 정 전 국무총리의 '조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또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막말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후보가 있다. 경선 이전의 절차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 부분을 검증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이 부분에서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

친노(친 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도 "양 예비후보의 과거 글을 봤다.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양 후보는 당내 대표적 친명 인사다. 비명계를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표현하면서 "수박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해 당직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친명 강성 지지자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친문계 핵신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을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이겼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