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서울 강북을 후보가 ‘목발 경품’ 막말 및 과거 가정폭력 범죄 전력 등으로 공천이 철회됨에 따라, 민주당은 찐명 후보 ‘전략 공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민수 당 대변인 전략 공천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대변인은 기자 출신으로 지난 대선 경선부터 이재명 대표를 도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의 공천이 철회됨에 따라, 강북을은 전략 선거구로 지정됐다. 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민수 대변인(왼쪽)과 조상호 변호사. [사진=채널A 캡처]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후보의 공천이 철회됨에 따라, 강북을은 전략 선거구로 지정됐다. 새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민수 대변인(왼쪽)과 조상호 변호사. [사진=채널A 캡처]

일각에서는 이 대표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조상호 변호사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 밤부터 16일 새벽까지 이어진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하고 강북을 지역구를 전략 선거구로 지정한다고 의결했다. 새 후보는 전략 경선 방식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는 정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졌던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공천 승계는 좌절됐음을 뜻한다.

민주당 지도부, 일찌감치 박용진 배제한 ‘전략 공천’ 입장 강조해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전략 공천’ 입장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됐다. 박 의원은 배제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은 14일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 후보 문제를 거론하며 “모든 판단의 시작과 기준은 총선 승리에 있다”며 “제3의 인물이 가는 게 원칙인데 여러 가지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15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박성준 대변인은 더 확실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 공천 취소됐음에도 2차 결선에 올랐던 차점자 박용진 의원은 공천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경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 박용진 의원도 그런 (공천) 대상이 될 수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경선 자체가 절차적 과정에 문제가 없고 결론이 난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그 이후 정봉주 후보의 발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은 재추천 의결로 가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하면 해석의 여지가 없이 전략 공천으로 간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 측에서 강북을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는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란 입장을 보이는데 대해 박 대변인은 "그것은 박 의원 측의 주장"이라며 "나도 상황을 다 조사를 해보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 지역구 같은 경우는 전략공천으로 가는 방향으로 잡힌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사진=CBS 유튜브 캡처]

지난 13일 박용진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사전 유출 및 기획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재심을 신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15일 오후 박 의원에 대한 재심위원회를 열고 박 의원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민주당 내 ‘박용진 동정론’ 부상...친명계 좌장 정성호도 가세?

하지만 재심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15일 오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의원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었다. 서울 강북을에 새 후보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되자, 차점자인 박 의원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개 텔레그램 방에는 15일 오후 “서울 강북을 박용진 후보의 공천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글을 올린 A 의원은 “재심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두 명 중 한 명의 후보가 자격을 잃으면 남은 후보가 승리하게 되는 것이 공정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심 역시 경선 과정의 일부”라며 “경선이 끝나지 않았는데, 제3의 인물로 전략공천을 하는 게 과연 투명하고 공정한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과 박성준 대변인의 ‘전략 공천’ 언급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A의원의 글에는 20여명의 의원도 동의를 표했다. 대부분 비명계 혹은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이었지만,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동의합니다”고 댓글을 남겨 주목됐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감동의 정치가 필요한 지금”이라며 “국민과 당원이 억 소리 나게 ‘역시 민주당은 달라, 이재명 정치가 바로 저거야’ 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국민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라며 박 의원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민주뿌리위원회 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순리대로 과반수 득표자이자 1등 후보였던 박용진 후보에게 공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박용진, ‘불공정성’ 지적해...친명계 김동아 변호사와 다른 잣대 적용해

박용진 의원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 서대문갑에서 성치훈 예비후보가 후보 자격을 잃자 후순위로 탈락했던 김동아 예비후보가 다시 결선에 참여해 공천을 받은 것과 양천갑의 경선 도중 이나영 예비후보가 후보 자격을 잃자 황희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은 사실 등을 들어 “합리와 상식에 근거해 공정하게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김동아 예비후보는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 정무실장의 변호를 담당했다. 따라서 경선에서 패배한 김동아 예비후보에게는 새 기회를 주고, 자신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전략 경선 참여를 배제하는 게 불공정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또한 박 의원은 박성준 대변인의 CBS라디오 발언이 알려진 이후 즉각 박 대변인의 발언에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의원은 "현재 재심을 신청했고, 재심위는 오늘 밤 9시에 열릴 예정으로 알고 있고, 재심 절차도 경선 절차의 일부"라고 했다. 그는 "따라서 강북을 경선 절차는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경선 절차가 끝났다는 박 대변인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박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의 막말은 선거 경선 이후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전에 있었던 일로 당의 적격심사과정, 공천관리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하는 일임에도 이제서야 문제가 드러나서 경선 도중에 후보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에 맞서 대선 후보 및 당대표 후보로 경쟁했던 박용진, ‘ABP’ 잣대에 걸려?

따라서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무리하게 ‘전략 공천’을 밀어붙이는 데는 ‘ABP(AnyBody But Park:박용진만 아니면 누구든지 괜찮다)’라는 배경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1대 대선 경선 후보로 이 대표와 경쟁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2년 8월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서도 이 대표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인물이다.

게다가 주류가 아닌 비명계로, 이 대표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따라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마뜩찮은 존재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못지않게 ‘이번 총선에서 배지를 달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15일 채널A에 출연한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은 “똑같은 케이스는 아니겠지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딴 사람이 자격이 박탈되면 은메달 딴 사람이 당연히 금메달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왜 이게 아니라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만약에 다른 재추천 기회를 준다 그러면 적어도 박용진 후보도 함께 참여하는 그런 기회를 부여해야지, 박용진 후보를 배제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냥 전략 공천을 주겠다 얘기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주필은 “정봉주 전 의원이 이런 사람이라는 거 몰랐나요?”라고 반문하며 “이걸 몰랐다고 하면, 검증은 왜 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몰랐다고 하면 무능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정 전 의원을 공천했다면 ‘비명에 여러 가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박용진 의원을 쳐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노 주필은 “이렇게 뻔히 아는 내용이 드러났다고 해서 바로 공천을 취소한 것은 ‘자 이제 박용진 저격수 역할은 다 했으니까 너는 용도가 끝났다’ 이렇게 얘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천 주겠다, 얘기하는 거밖에 안 되지 않는가 이런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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