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문서손괴 혐의로 고발당한 경찰관에 대해 최종 무혐의 판단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 역시 문화제 형태로써 집회 신고 없이 이뤄지고 있다"
反수요시위 집회 개최하려는 단체 측에 '허위 사실' 고지하고 집회신고서 파쇄케 한 혐의
"집회는 무산됐으나 '기자회견'까지 방해한 것은 아니니까"라는 게 불기소 사유라는데
"'집회'와 '기자회견'은 그 법적 성격 상이...해당 경찰관 때문에 집회 개최 못 한 사실 불변" 지적

반(反)정의기억연대 성향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동상 주변을 점령하며 정의기억연대 측 ‘수요시위’를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 지역에 발붙이지 못하고 있는 사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해당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경찰관은 그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문서손괴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아왔는데, 최근 대법원이 해당 경찰관에 대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최종 승인했다. 강 경위에 대한 수사 결과 및 법원의 최종 결과와 관련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서울 용산경찰서 치안정보과 소속 경찰공무원 강평준 경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재항고 사건을 지난달 15일 기각했다(2022모739).

강 경위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집회·시위 접수 담당으로 근무하던 2019년 11월, 당시 정의기억연대 측 ‘수요시위’에 대한 맞불 집회를 신고한 시민단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에게 허위 사실을 고지(告知)함으로써 해당 단체로 하여금 집회 개최를 단념케 해 집회·시위 개최와 관련한 권리 행사를 방해해 온 혐의를 받아왔다.

당시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한 일본대사관 구지(舊址) 맞은편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에서 서머셋팰리스 호텔 방면으로 약 30미터(m) 떨어진 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상의 철거를 촉구한다는 취지의 집회를 관할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

해당 집회 신고서를 확인한 강 경위는 단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장소는 주한 일본대사관 경계 100미터 이내에 해당하는 장소로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회·시위 개최가 금지된 장소”라고 설명했다.

정의기억연대 측 ‘수요시위’도 마찬가지로 집회 신고가 안 돼 있느냐는 단체 측 반문에 강 경위는 “정의기억연대는 문화제(文化祭)로 행사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5조(적용의 배제)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冠婚喪祭) 및 국경행사(國慶行事)에 관한 집회”는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있는데, 강 경위의 설명은 ‘수요시위’의 경우 신고 의무가 면제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강 경위의 이같은 설명을 들은 단체 측은 집회 개최를 포기하고 그해 12월4일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이후 동(同) 단체 회원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경제학 박사)이 서머셋팰리스 호텔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것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강 경위는 단체 측이 제출한 집회신고서를 당시 주한 일본대사관 담당 정보관에게 넘겨 파쇄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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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가 2019년 12월4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호텔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미디어워치 제공]

하지만, 사실을 확인한 결과, 강 경위의 설명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정의기억연대는 적어도 2017년 10월 이후 꾸준히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내고 있었고, 강 경위는 2019년 초부터 정의기억연대 측 집회신고를 수리해 처리해 온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안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내고 정식 집회를 개최하기로 방침을 바로잡았다.

강 경위는 자신이 한 거짓말이 들통나자 자신은 ‘수요시위’가 ‘문화제 성격’에 해당한다고 대답했을 뿐 집회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은 한 적이 없다고 변명했다.

수사 결과 검찰은 강 경위의 거짓말로 인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가 집회 개최 의사를 철회한 점과 대화 문맥상에서 강 경위와 전화 통화한 집회 신고자가 강 경위의 설명 취지를 ‘수요시위도 마찬가지로 집회 신고를 못 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강 경위가 거짓말을 한 것은 맞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당 단체가 2019년 12월4일 진행한 기자회견까지 강 경위가 방해한 것은 아니라며 강 경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강 경위 사건은 검찰 항고와 재정신청, 재정신청 기각에 대한 즉시항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대법원은 강 경위에 대해 기소를 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최종 판단했다.

검찰과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서는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집회·시위와 기자회견은 그 법적(法的) 지위를 달리하고 특히 기자회견의 경우 경찰이 ‘미신고 불법집회’로 간주할 경우 처벌받게 될 위험까지 있다는 점에서 설사 해당 단체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집회를 개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강 경위의 행위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함께 고발된 문서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검찰이 강 경위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편파 수사를 한 것이라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경찰 내부 전언에 따르면 강 경위는 서울특별시경찰청의 지시를 받고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에 허위 고지를 한 것인데 막상 사건화되자 자신에게 지시를 한 서울청 상급자들은 모두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고 한다.

펜앤드마이크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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