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A씨는 어느 밤 운전 중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관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받았으나, 자신은 평소 지병이 있어 술을 전혀 하지 않으므로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따라서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대꾸하며 경찰관의 음주 단속에 불응했다. 경찰관은 A씨를 음주측정불응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처벌받게 될까?

‘도로교통법’ 제44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 금지)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 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같은 법률 제148조의2(벌칙) 제1항 제1호는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거부한 경우 1년 이상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음주 단속 중인 경찰관의 모습.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음주 단속 중인 경찰관의 모습.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경찰관의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2퍼센트(%) 이상인 경우에는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혈중 알코올 농도 0.03% 이상 0.08%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도로교통법’은 또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때에도 처벌이 이뤄질 수 있는데, 같은 법률 같은 조(條) 제2항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운전자는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잘 협조해 주는 반면 음주 운전자의 경우 경찰관의 단속을 회피할 목적으로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불응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A씨의 사례는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하겠다.

하지만 실제로 A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씨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술에 취한 상태’는 음주 운전 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처벌 대상 수치 이상인 상태를 말하는데,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음주자가 반드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해당 수치 이상의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해당 수치 이상의 상태에 있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때 어떤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해당 운전자의 외관, 태도, 운전 행태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도5987 도로교통법위반 사건 참조).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몇 차례 거부했다고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는 교통 안전을 도모하고 음주 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측정 불응 행위 그 자체의 불법성을 처벌하려는 데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반드시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되지도 않는다(대법원 2015. 12. 24. 선고, 2013도8481 도로교통법위반 사건 판결 참조).

그렇다고 무턱대고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지는 말자.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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