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패배시 이재명 대표 못지않은 사법리스크”

지난달 12일 조국 전 수석이 신당창당 결심을 알리기 위해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가 만나는 모습.
지난달 12일 조국 전 수석이 신당창당 결심을 알리기 위해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가 만나는 모습.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종석 등 친문계의 민주당 탈당을 저지하면서도 조국신당을 적극 밀어주는 등 ‘이중플레이’를 하면서 이번 총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에서 벌어진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파동과 관련,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 등 친문계 중진들의 민주당 탈당을 적극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신당 추진에 대해서는 공공연하게 지지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임종석 전 실장 등 자신이 거느리던 친문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배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민주당 탈당을 만류해 주저앉히는 반면, 조국신당을 밀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 친문계 인사인 임종석 전 실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서울 중구 성동구갑에 공천신청을 했다. 선거구내에 있는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곳에서 16,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바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임 전 실장으로부터 지역구를 넘겨 받았는데, 이번 총선에서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하는 만큼 그의 중구 성동갑 복귀는 일종의 ‘권리’로도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임 전 실장 대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이곳에 전략공천했다.

국민의힘이 중구 성동갑에 윤희숙 전 의원을 단수 전략공천한 것 또한 임종석 전 실장이 상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저격공천’이었다. 윤희숙 후보측은 전현희 전 위원장으로 후보가 바뀌자 “임 전 실장 보다는 수월한 상대”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전 전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발표하자 임 전 실장은 강력히 반발하며 “전략공관위의 의결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도 민주당 지도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임 전 실장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전 대표 등 새로운미래 관계자들은 임 전 실장으로부터 직접 “며칠만 기다려 달라. 합류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주일의 시간을 끈 임 전 실장은 돌연 민주당 잔류를 선언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민주당 탈당결심을 말하며 상의를 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극구 만류한 것이 민주당 잔류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까지도 “문 전 대통령이 탈당 못하게 할텐데...”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역시 민주당내 친문계 핵심 중진으로 인천 부평을에서 컷오프 된 홍영표 전 원내대표도 지난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아가 자신의 탈당결심을 말하며 상의했다.

홍영표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문 전 대통령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문 전 대통령님께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렸고,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히셨다.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잘 되면 좋겠다는 덕담도 주셨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홍 의원의 ‘억울함’에는 공감하면서도 탈당은 극구 만류했다고 전해진다. 이와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이 끝까지 탈당결심을 꺾지않자 잘되면 좋겠다는 덕담만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대표적 친문계로 꼽히는 고민정 의원 또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기에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당이 돌아가는 상황을 전하며 하소연했지만, “참으라”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들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신당창당을 준비중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 그의 신당창당을 적극 격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조 전 장관에게 "(신당 창당의) 불가피성을 이해한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양측이 동시에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같은 행동은 현재 그가 이재명 대표 못지않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전 사위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채용 의혹 및 울산시장 선거 불법개입 의혹이다.

특히 전주지검이 수사중인 전 사위 서모(44)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은 수사의 칼날이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씨의 턱밑까지 이른 상황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지난달 14일 주영훈 전 대통령 경호처장을 소환, 조사했는데 주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통령 경호처장을 지냈다.

주 전 처장이 조사를 받았다는 것은 지금까지 소환된 조현옥 전 인사수석과 김종호 전 공직기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에 이어 수사가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함께 서울고검의 재기수사 결정으로 수사가 재개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은 문재인 검찰의 수사가 미치지 못해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수사대상이다. 애당초 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혹 사건인 만큼 문 전 대통령도 언제든지 용의선상에 오를 수 있다

현재 검찰은 이들 사건에 대한 수사속도를 늦추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있는 시점인 만큼,정치적 논란을 빚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 패배해 지금같은 압도적 원내 제1당의 위치를 잃으면, 이재명 대표는 물론 문 전 대통령 또한 검찰 수사를 막아줄 수 있는 방탄막은 사라지게 된다.

친문계 인사들의 집단적인 민주당 탈당과 이낙연 신당 합류, 또는 무소속 출마가 민주당의 총선패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친문계의 '대량학살'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신당은 차원이 다르다. 지역구 출마자를 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수도권 등에서 민주당의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없다.

여기에 더해, 조국신당은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이재명 대표보다 훨씬 더 믿을 수 있는 조국이라는 인물이 만드는 당이다. 유사시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되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다시 친문계를 결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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