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 권향엽 예비후보 공천 논란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6일 권 예비후보 ‘사천’ 논란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를 무고죄로 고발하면서 맞불을 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 거대 양당 대표끼리 고발전에 돌입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양당이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동훈과 한 언론사 기자 경찰청에 고발

민주당은 6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한 언론사 기자를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민주당이 해당 지역구를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한 뒤 권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사천' 의혹을 제기한 한 위원장의 발언과 해당 기사를 문제삼은 것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고발장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를 앞두고 횡행하고 있는 허위 사실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발언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대표 맞고발

한 위원장은 권 예비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를 보좌하는 민주당 선대위 배우자실 부실장을 지낸 이력을 문제 삼으며 "김혜경 비서를 공천했다", "'사천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 등으로 비판한 바 있다.

[사진=MBN 캡처]
[사진=MBN 캡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권 예비후보 사천 논란과 관련해 한 위원장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데 반발하며 이재명 대표를 맞고발했다. 국민의힘은 6일 오후 언론을 통해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 캠프의 '대한민국대전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도'를 공개했다.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의 중앙선대위 조직도에 비서실 배우자부실장 권향엽이 선명히 확인된다"며 "이래도 허위사실인가. 가짜뉴스인가. 누구의 명예훼손인지 가려봐야겠다"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를 알면서도 고발까지 한 것이니 명백한 무고죄"라며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난 이상 명백히 시시비비를 가려야겠다"고 비난했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전주혜 의원은 "이재명 대표, 권칠승 수석대변인, 김승원 법률위원장, 서영교 의원을 무고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권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배우자실 부실장으로서 김혜경씨 수행을 했음에도 사천 논란이 일자 '수행한 사실이 없고 수행비서도 아니다'는 식의 거짓 해명을 했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권 수석대변인, 김 법률위원장, 서 의원은 이 거짓 해명을 옹호하면서 적반하장 격으로 보도 기자와 한 위원장을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의 즉각적인 강경 반응은 이례적, 정권 심판론을 정조준 하겠다는 포석?

이처럼 여야가 고발전에 돌입한 배경에는 이 대표의 ‘전략적 포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사천 논란으로 부인 김혜경씨가 입길에 오르자 이례적으로 긴급 기자회견에 나서 “이번 총선에서 대통령부터 집권 여당,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들까지 협잡을 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국가권력을 이용해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협잡’은 ‘옳지 아니한 방법으로 남을 속임’이라는 뜻으로, 상대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용어이다. 그만큼 이 대표의 감정이 격앙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대표가 정치쟁점에 대해 즉각적으로 강경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이다.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이 대표의 이러한 강경 모드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기동민 의원 등이 잇따라 공천 배제 결정을 수용하면서 4·10 총선 공천을 둘러싼 당 내홍이 진정 국면에 들어가자, 공천 파동으로 인한 갈등에서 벗어나 정권 심판론으로 이슈를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발 전쟁의 단초는 이 대표가 제공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에 권향엽 예비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이 빌미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권향엽 후보의 당 선거대책위원회 배우자실 부실장 활동 경력이 부각되면서, 서동용 의원은 재심을 청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아예 "(이재명 당대표 배우자) 김혜경 여사의 사법리스크에 대비한 공천이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천 논란이 확산되자 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의 전략공천 결정을 취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여성전략특구로 지정된 해당 지역구에 공천됐던 권 예비후보는 이번 논란에 적극 반박하면서도 당에 부담을 끼치지 않기 위해 전략공천 대신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천 번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역 김희곤 의원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서지영, 권향엽과 비교돼

민주당의 이같은 분란과 달리, 국민의힘에서는 권 예비후보에 비견되는 서지영(부산 동래) 예비후보가 현역 의원과의 경선에서 당당하게 이긴 사례가 주목되고 있다. 따라서 권 예비후보가 비서인지 아닌지 혹은 수행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의 여부보다 민주당의 미숙한 공천과 전략 부재가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실정이다. 

서지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은 지난 2일 발표된 국민의힘 제2차 경선 지역 결과 발표에서 국민의힘 부산 동래 지역구 후보에 선정됐다. 서 전 행정관은 현역 초선인 김희곤 의원과의 당내 경선 리턴 매치에서 승리를 거뒀다. 김 의원과 서 전 행정관은 4년 전 제21대 총선 경선에서 맞붙었는데, 김 의원이 신승을 거두고 국회의원이 됐다.

서 전 행정관과 권 예비후보는 4년 전 총선 경선에서 지금의 현역 초선과 맞붙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 전 행정관이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경험을 가졌다면, 권 예비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냈다. 여러모로 공통점을 가졌지만, 민주당의 공천 전략 부재로 권 예비후보는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권향엽 공천 번복에 대한 당 안팎 비판도 거세...여론조사 추이는 권향엽에게 불리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5일 오후 5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브리핑에서 “권향엽 전 비서관 본인이 경선에 당당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최고위는 이를 받아들여 이 선거구를 전략 경선 선거구로 지정해 2인 경선을 실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향엽 예비후보(왼쪽)와 현역 서동용 의원에 대한 국민경선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일반 시민 여론조사로 실시된다. [사진=MBN 캡처]
권향엽 예비후보(왼쪽)와 현역 서동용 의원에 대한 국민경선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일반 시민 여론조사로 실시된다. [사진=MBN 캡처]

그러나 권 예비후보의 전략공천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공천 번복에 대해서도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다. 조기연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은 6일 채널A에서 “전략공천을 번복하는 것은 오히려 지금 비판이 일리가 있는 것 아니냐, 라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게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조 부위원장은 “이 논란의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분명했다”며 권 예비후보를 감쌌다. 본인의 능력과 실력으로 경쟁해서 충분히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 권 예비후보의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권 예비후보와 서 의원 두 사람에 대한 국민경선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민주당 권리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에 대한 100% 여론조사로 결정된다. 당 지도부의 뜻이 서 의원이 아니라 권 예비후보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상, 여론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여론은 서 의원이 압도적이다. KBS광주방송이 지난해 12월 28~30일 진행한 이 지역 민주당 총선 후보 선호도 조사(무선전화 인터뷰,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4.3%포인트)에 따르면 서 의원은 40%, 권 후보는 14%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작년 9월 KBC 여론조사, 작년 12월 KBS(광주방송) 여론조사, 지난 2월 MBC 여론조사까지 6개월 내내 모두 저 서동용이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1등을 기록했다"며 "반면 전략 공천된 권향엽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이정현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기도 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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