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합동회의 표결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개헌 승인
마크롱 "프랑스의 자부심" 자평
…파리 시내 지지자들 '환호'
가톨릭계 극렬히 반발
...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패배"

프랑스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서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룬 피베(Yaël Braun-Pivet) 하원 의장이 상하원(상하원) 특별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낙태권 개정안이 통과되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로이터연합]
프랑스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서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룬 피베(Yaël Braun-Pivet) 하원 의장이 상하원(상하원) 특별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낙태권 개정안이 통과되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로이터연합]
2024년 3월 4일 파리에서 프랑스 의회가 낙태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후 스페인어로 "낙태 합법"이라는 메시지가 에펠탑에 투영되고 있다.  [AFP연합]
2024년 3월 4일 파리에서 프랑스 의회가 낙태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후 스페인어로 "낙태 합법"이라는 메시지가 에펠탑에 투영되고 있다.  [AFP연합]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낙태(임신중절)권을 헌법에 명시했다. 프랑스 의회는 4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세계에서 최초로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마이 보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내 몸이니 내가 선택한다)'라며 환영했지만 낙태를 죄악시 해온 가톨릭계는 반발했다.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이날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헌법 개정안을 표결한 끝에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엔 양원 전체 의원 925명 가운데 902명이 참석했으며, 개헌에 반대했던 제라르 라셰 상원 의장 등 50명은 기권했다.

양원 합동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면 유효표(852표)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날 찬성표는 의결 정족수인 512명보다 훨씬 많았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표결에 앞서 연설을 진행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우린 모든 여성에게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이니 아무도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낙태가 합법화되기 전 고통을 겪었던 모든 여성들에 대해 국가 도덕적 채무를 지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낙태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찬성표를 호소했다. 

이날 개정안이 통과됨으로써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낙태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은 법률이 결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투표 결과 발표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세계 최초로 낙태권을 헌법에 못 박은 이번 조치가 전 세계에 "보편적 메시지를 보내는 프랑스의 자부심"이라며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이번 개헌을 기념하는 특별 공개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역사상 처음 여성으로서 양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야엘 브룬 피베 하원 의장 역시 엑스에 "프랑스에서 낙태는 영원히 권리가 될 것"이라며 "이 강력한 행위를 통해 프랑스는 당파적 분열을 넘어 다시 하나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는 수백명의 시민이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투표 상황을 지켜보며 개헌 지지 시위를 벌였고 개헌안이 통과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파리시는 트로카데로 광장 맞은편의 에펠탑에 불을 밝히며 '낙태합법', '나의 몸, 나의 선택' 등의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한편 가톨릭계는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교황청은 프랑스 의회의 '낙태권 개헌' 투표 직전 성명을 통해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모든 정부와 모든 종교 전통이 생명 보호가 절대적인 우선순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파스칼 모리니에르 가톨릭 가족협회 대표는 여성과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의 패배라고 주장했고, 프랑스 가톨릭 주교들은 이날 하루 생명을 기리는 금식 기도를 제안했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